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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도 좋아요! 군포 '한얼공원'

뒷산 놔두고 먼산만... 가까운 곳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먼 곳에 있지 않아요. 내 곁에 가까이 있어요. 하지만 ~" 

1985년 제6회 MBC강변가요제 대상곡인 '그대 먼 곳에(마음과 마음의 노래)'의 첫 소절입니다.

노래를 즐겨 듣지 않는 제가 뜬금없이 노래를 언급한 것은, 아파트 뒷산에 가본 후 머릿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뛰어오르듯이 생각난 가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군포로 이사 온 지 어느덧 14년째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바로 아파트 뒤에 근린공원인 '한얼공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4년이 되어가는데도 '한얼공원'을 넉넉잡아 40번도 올라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멀리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수리산(태을봉 489.2m)'으로 다니곤 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수리산'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면...

'수리산'은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산림욕장과 총 6개 코스가 있어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분들이 찾는 군포시의 진산(鎭山: 도읍이나 고을, 지방의 취락에서 지리공간적인 중심을 이루는 주요한 산을 일컫습니다)입니다.


왜 자주 안 갔냐면요...

그냥 동네 뒷 산이기도 하고 올라가 보면 운동기구 몇 개와 배드민턴장 그리고 '월남전 참전 기념탑'이 있지만, 높거나 넓지 않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굳이 차를 타거나 한참 걸어서 가야 하는 '수리산'만 주야장천(흔히 쓰는 '주구장창'이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 말이라네요) 다녔습니다. 


얼마 전 제 주말 루틴 중 하나인 도서관을 가려고 하는데, 아파트로 올라오는 지그재그 길에서 공사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눈에 '한얼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을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요즘 핫하다는 '둘레길' 만드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공사 후 개방된 계단을 보니 호기심 생겨 한번 올라가 봤습니다. 

역시 새롭게 만든 방부목 계단과 난간, 보행데크가 눈에 확 띄기 시작합니다. 산뜻하네요. 

['한얼공원'으로 오르는 계단 초입]
[계단을 오른 후 보이는 양 갈래길 - 모두 산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계단을 오른 후 보면 양 갈래길이 보이는데 모두 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한 바퀴 돌면 만나려나? 산 허리를 한 바퀴 돌면 다시 반갑게 만나는 둘레길이겠지요. 

우선 왼쪽 길로 택해서 걸음을 옮겼습니다. 바닥에 깔린 푹신한 야자매트가 "나 새로 생긴 길이야"라고 하는 것 같네요. 근데 너무 푹신거려서 저는 오히려 걷기에 불편하더라고요. 


조금 더 가니 예상했던 데로 아파트에서 산으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칩니다. 여기부터는 "아는 길이네" 하고 나름 산 정상으로 올라가니 여기도 못 보던 야자매트가 깔려 있더군요. 잠시 따라가 보니 새롭게 조성된 둘레길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일부는 공사 중이긴 한데 대충 산 정상부터 중턱을 뺑 둘러서 연결할 것 같습니다. 공사 중인 곳에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다른 쪽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대부분은 기존 길과 동일한데 눈에 처음 보는 오솔길이 있어서 따라가 보았습니다. 


조금만 이동하니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물 옥상 위에 파라솔, 의자가 놓여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순간 "아! 저게 새로 만든 '그림책꿈마루 도서관'이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번에 잠시 '그림책꿈마루'에 들렀을 때 옥상 위 정원에서 산으로 연결되는 오솔길이 있던데 그게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너도나도 둘레길을 만드는데 아마 그런 종류인 것 같네요. 오늘은 정도만 둘러보고 다음에 식구들하고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일요일 오후! 

점심식사 후 아내와 아들을 꼬드겨서, 뒷 산을 거쳐 '그림책꿈마루 도서관'에 가 커피 한잔하자고 했습니다. 지난번 코스와 마찬가지로 계단과 데크길을 거쳐 오솔길 끝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하는 수 없이 파라솔이 없는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흐려서 앉아서 있기에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울창한 숲을 통해 선선한 가을 공기를 마시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싸가지고 간 커피를 마시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넘도록 수다를 떨었습니다.

집에서 있었으면 TV를 보면서 소파에 붙어 있었을 텐데...

이렇게 밖에 나와 가족과 함께 이 얘기 저 얘기하는 게 소소한 행복이라고 느껴집니다.

"먼 곳에 있지 않아요. 내 곁에 가까이 있어요"라는 노랫말이 다시 떠오르네요.


'한얼공원' 근처에 사시는 분 들은 한번 가보시면 새롭게 변모된 둘레길과 조그만 오솔길에 연결된 '그림책꿈마루 도서관'이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매번 먼산만 가곤 했습니다.

뒷산은 안중에 없었지요.

그런데 가까운데 좋은 산책길이 있었네요.

저만 몰랐나요?

그랬으면 합니다.

그래야 '한얼공원'이 덜 서운할 것 같네요.

이제 시간이 나면 자주 들리겠습니다.

걷고 느끼고 즐기고자 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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