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게도... 자기 일에 대해 조언을 구하네요(D-293)
보직도 없는 정년퇴직대상자이다 보니, 업무에서는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일부 업무는 하고 있지만 메인을 잡고 있는 직원이 있으니, 어디까지나 도와준다는 개념이라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업무에 대한 열의도 집중력도 많이 저하된 것을, 저 역시도 느낍니다.
일상의 루틴... 무덤덤
요즘 들어 매일 매일을 동일하게 지내는 게 어느덧 몸에 배어있습니다.
딱히 누군가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먼저 이야기를 건네거나 끼어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떨 때는 아침에 인사 정도만 나누고 조용히 제 일만 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 일과가 종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외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어느덧 무덤덤해집니다.
예전에는 직원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업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끼어들어 조언도 했었는데...
지금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귓 전을 그냥 스쳐지나 갑니다.
마치 남의 일처럼 말이지요.
신입사원(Newcomer)
퇴근하는데 복도에서 우연히 2년 차 신입사원과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저를 보더니 갑자기 "업무 개선을 준비하기 위해, 해외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라고 말을 건넵니다.
순간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 설문 결과는 잘 나왔니?"하고, 얼떨결에 되물어 봤습니다.
"다국어로 번역한 설문을 보냈는데, 결과는 아직 다 안 나왔습니다"라면서, 진행사항을 간단히 설명해 주네요. 퇴근길이라 간단한 몇 마디를 나누고 자리를 떠났는데, 퇴근하는 내내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는 제가 실장으로 있을 때 뽑은 신입사원은 아닙니다.
다만, 실 내 스터디그룹을 8개월 동안 지원하면서 좀 더 알게 된 친구이지요.
그리고 몇 번 정도 제가 알고 있는 나름의 지식과 경험을 코칭해 준 적이 있었고요.
아마 제가 코칭을 하면서 신입사원이 하는 업무에 관해, 과거의 이력과 방향성을 설명해 준 것이 나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 휴게실에서 또 한 번 신입사원과 마주쳤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먼저 어저께 못다 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급하게 퇴근하느라 너무 무성의하게 대했던 게 아닌가 해서요.
한참 동안 업무 개선을 위한 설문 결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처럼 해당업무에 대해 돌이켜보고, 좋은 방안에 대해 곰곰이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오고가는 이야기 속에서 잠시나마 업무에 대한 집중과 열의가 제 속에서 나오더군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네요.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고 도움을 요청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왜일까요?
외롭다고 느끼는 걸까요, 늙었다고 느끼는 걸까요?
요즘 들어 생각해 보니 나이가 들어서 일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일하기가 싫거나, 일을 안 줘서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정안전부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 차지)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인구구조가 급속하게 고령화하면서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세대 간 갈등도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연장이 된다면 정년 퇴임 후 국민연금 수급까지 3~5년이란 간극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적정한 소득을 유지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는 최선의 고령자 고용대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년이 연장되면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고, 기업도 임금체계 개편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년 연장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청년 일자리를 앗아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도 정년퇴직자 입장에서 단계적 정년연장에는 찬성을 하지만, 한편으로 청년들의 취업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에도 동의를 합니다.
아마 올해는 어렵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정년은 연장이 될 것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정년을 아예 폐지했거나, 65세까지 늘린 국가들도 많다고 합니다.
먼 나라 이웃나라인 일본도 이미 2021년 70세까지 연장했다고 하고요.
저한테 기회가 올지 아니면 다음번 정년퇴직자에게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년퇴직자가 퇴직을 해도, 신규로 인원이 충원이 안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저보다 먼저 정년퇴직한 선배들의 사례를 보면 좀 웃기기는 합니다.
"정년퇴직자가 생기더라도 충원은 안된다" 또는 "정년퇴직자 2명 당 1명만 충원이 가능하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실장으로 있을 때 직접 인사팀으로부터 들은 거니까, 이게 회사의 내부 인사방침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저와 같은 정년퇴직자를 회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사람도 아닌 '유령'인가요?
아니면 반은 인간이고 반은 짐승인 '반인반수(半人半獸)'인가요?'
이것이 궁금하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