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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니 아무도 없네요

사업계획 설명회가 있는데... 안 부르네요(D-351)

한참 혼자서 메일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펴보니 사무실이 휑하네요.

아까 팀장이 ○○, ○○를 부르는 것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별 관심이 없어서 무심히 넘겼는데...

아마 다들 회의실에 모여 올해 각자의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인 모양입니다.


아! 이런 사람만 빠졌구나

가만히 살펴보니 저 말고도 대여섯 명 정도가 사무실에 남아있습니다.

오랜 경험(?)과 직관을 통해 생각해 보니...

사업계획에 비중이 적은 사람, 갓 들어온 신입사원, 그리고 정년퇴직대상자인 저입니다.


저도 팀장과 실장 때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조정을 했었기 때문에 잘 알고는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부를 필요는 없고 흔히 말하는 핵심 인원만 있으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확정 짓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니까요.

사업계획은...
올 한 해 우리 팀이 달성할 전략적 목표는 무엇인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과제는 어떤 것인지?
실행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중점 추진과제는 무엇인지?
과제 달성을 위한 상세 또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필요한 자원(인원/비용/기간 등)은 어떤 것인지?
단독 수행으로 가능할지, 다른 팀이나 부서와 협업이 필요한지? 등등

회사에서는 년 초에 가장 큰 행사가 바로 사업보고회입니다.

잘 짜인 팀 사업계획이 모이고 모여서, 회사가 설정한 올해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두 시간이 지난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무실로 들어오네요.

아마 일부 항목은 좀 더 구체화를 하던가, 수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담당자들의 얼굴을 보면 누가, 추가 또는 수정해야 하는지가 언뜻 보이네요.



가만히 생각하면 사업계획을 수립하느라, 머리를 쥐어짜서 겨우 만들어내는 일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고를 하다 보면 '뭔가 한 방이 없다', '눈에 띄는 게 없다', '과거의 재탕 같다', '너무 뻔한 내용이다', '회사 목표와 방향성이 다르다'등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도 이런 고통(?)을 잘 견디고 통과해서 확정만 된다면, 일 년 일의 절반은 끝난 것이지요.

이미 충분히 고민하고 검토한 것이고, 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니까요.

아무리 도전적으로 목표를 120% 이상 설정하라고 해도, 대부분 100%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수립합니다.

물론 신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의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은 거의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어느덧 저도 팀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확정하는 자리에 참석할 대상이 아니게 되었군요.


서운한가요? 괘씸한가요? 불편한가요?

이제는 받아들일 때도 됐는데... 아직도 미련이란 게 남아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긴 회사 생활이라는 터널을 지나다 보니, 저 멀리 조그 막게 보이던 작은 점이 점점 커져서 보름달만 해졌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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