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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가 눈에 띄네요

먼저 퇴직하신 선배의 빈자리(D-355)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일찍 등교하였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퇴직이 1년 남은 지금까지도 회사 출근은 여전히 제일 먼저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집안 내력이 '부지런함'이라서, 아버지를 통해 보고 배운 저도 똑같은 모양인가 봅니다.


텅 빈자리

겨울의 아침은 해가 늦게 뜨니 일찍 일어나기도 힘들고, 왠지 더 누워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늘 망성일 없이 벌떡 일어나 출근하는 것을 보면,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겠지요.


서울의 체감온도가 -16℃라고 하니,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네요.

오늘도 어두컴컴한 아침을 헤치고 출근해 보니, 사무실은 아직 어둡습니다. 전등을 켜니 텅 빈 사무실 내 일렬로 서있는 책상 한 무더기가 보입니다.


문득 텅 빈 책상 한 곳에 시선이 갑니다.

조금 있다가 모두 출근을 해도 여전히 비어있을 자리입니다.

얼만 전까지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었던 먼저 퇴직하신 선배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왠지 마음 한 편이 휑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요?


먼저 정년퇴직하신 선배는...

제가 팀원 일 때부터 알던 분이고, 이후 팀장과 실장이었을 때도 같이 근무하신 분입니다.

늘 조용하고 차분하며 긍정적인 성품의 선배였습니다. 우연히 집도 같은 방향이라 퇴근 후에는 술친구로도 오랜 시간을 보냈던 분이지요. 하지만 늘 왠지 모를 안타까운 연민의 정을 느꼈던 분입니다. 근면함과 성실함은 다들 인정하지만, 업무에 대한 열의와 역량은 많이 부족하신 분이었으니까요.


10년 전 제가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팀의 역량 향상은 절실한 당면과제가 되었습니다.

이 분을 전에 제가 있던 자리로 이동시키면 어려운 일이 생겨도, 제가 아는 사항이니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업무에 대한 설명 및 코칭을 나름 열심히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노력과 절실함이 커질수록, 이 분은 차츰 부담과 방해로 인식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힘들게 앞을 향해 나아가려고 하는 통통배가, 묵직한 닺을 내려놓고 끌고 가는 형국이라고 해야 하나요.


결국 반년만에 코칭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포기를 하니 조급함과 답답한 마음은 없어지는데, 반대로 미움이 생기더군요.



어느 날 TV 속 출연자가 자꾸 '다른 것'을 '틀리다'라고 말하더군요.

'왜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별 못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랑 같이 근무하던 이 선배도 원래는 생산직으로 근무를 하다가, 몸이 안 좋아서 일반직으로 직종을 변경한 매우 드문 사례인 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이나 보고서 작성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본인이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못하는 것이기에 더욱 힘들어했던 것이었지요.



오늘도 '다름과 틀림'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사전적 의미도 다르고, 사용되는 곳과 용법도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비록 먼저 퇴직하신 선배가 나와는 다름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미움'이 없어지더군요.

이제는 퇴직하시고 텅 빈 책상만 덩그러니 있으니, 더욱 예전에 술 한잔 마시면서 나누던 이야기가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듯합니다. 지금은 없어진 노량진수산시장 옆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술 먹던 도중 TV 인터뷰도 같이 했었는데...


요즘 한 걸음 뒤에서 직원들을 지켜보면 주니어와 시니어 간 갈등이 날로 첨예해지는 듯합니다.


어느 자료를 보니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직장 내 세대 차이를 느낀다'라고 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수직적인 업무 방식 및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더 부정적으로 느낀다고 하고요.


"자기중심적이다", "워라벨만 중요 시 한다", "예의가 없다", "철이 없다" 등

"근거 없는 꼰대", "잘난 척한다", "성장 없는 시니어", "하는 일에 비해 많이 받는다" 등


서로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맞는 말입니다. 서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뿐입니다.

나와 다른 생각과 능력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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