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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깨우는 움직이는 알람?

밟고 다니는 알람, 고양이 '망고'(D-348)

일찍 출근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알람(5시 40분)을 설정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출근하는 200여 일 중 알람이 울린 후, 깨는 경우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오래전부터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서 인지, 오전 5시 정도면 눈을 뜬 후 뒤척거리다가 일어나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스마트폰 알람보다, 습관적으로 눈을 뜨는 저보다, 더한 알람이 생겼습니다.


밟고 다니는 알람


바로 우리 집 고양이 '망고'입니다.

갓 태어난 후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아들이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하여 데려온 남자(?) 아이입니다.

흔희 말하는 '코리안 숏헤어 중 고등어'라는 종류이지요. 무지하게 건강하고 활발한 스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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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달 무렵]

생후 1달부터 사람 손에서 크다 보니 사람 옆에 딱 붙어있고, 잠도 아내와 저 사이에서 잡니다. 그런데 이놈이 새벽 5시 즈음되면 벌떡 일어나서 거실로 나갑니다. 아마 볼 일을 보거나, 아니면 출근하는 제가 밥을 주니까 거실로 먼저 나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뭐 '망고'는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제 추정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항상 침대에서 내려갈 때 꼭 저를 밟고 내려갑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망고 녀석 때문에 깨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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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망고, 오른쪽-거실에서 대자로 누어있는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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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사람 옆에 붙어서 자고있는 망고, 오른쪽- 귀를 모으니 토끼 같네요]



[첫째 페르시안 '자몽']

보통 고양이들은 뛰어다니거나 걸어 다닐 때도, 사람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집 첫 번째 고양이인 '자몽'이만 해도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리고 인터넷을 보면 고양이들이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능력은 알면 알 수록 대단해서 보면서도 감탄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사람을 일부로 밟고 다니지를 않나, 방바닥에 깔아 놓은 빨래를 전부 밟고 다니거나, 심지어는 물고 장난까지 치니 참 고약한 스타일입니다.



저희 집 '밟고 다니는 알람, 망고'로 인해 오늘도 설정해 놓은 알람보다 먼저 일어났습니다.


예전에는 회사 출근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였습니다.

매우 성격이 이상한 임원과 일할 때는,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생길지?'를 걱정하면서...

새로운 외국인 임원과 일할 때는, '오늘은 영어로 설명이 좀 잘 될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하지만 보직에서 내려오고 정년이 1년도 안 남으니, 스트레스는 모두 사라졌네요.


어쩌면 33년 간 매일같이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것이 아쉽게 생각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출근하는 게 집에 있는 것보다, 조금씩 좋아지는 아이러니(irony)를 느낍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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