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들기름 막국수집이라고 하네요(D-337)
지금 창밖을 보니 눈이 펑펑 오고 있습니다. 이번 설 연휴에 폭설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맞네요.
거실 창문을 통해 보니 앞산은 온통 하얀색입니다.
작은 방 쪽 창문으로 큰길을 내려다보니 차가 다닌 곳만 검은색 줄 두 개가 보이고, 인도와 차도 모두 흰색입니다. 이번 연휴는 집에서 꼼짝 못 하고 있어야 할 것 같네요.
저희는 설 전 일요일 오전에 서둘러서 성묘를 다녀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공원묘지라 대부분 산을 깎아 만들다 보니 올라가는 길도 가파르고, 일부 구간은 눈이 와도 해가 안 들어서인지 아직도 일부 비탈길이나 그늘진 곳에는 눈이 있어 조심해서 올라가야 했습니다.
해가 잠깐 들기는 했는데 하늘이 흐려서 인지 제법 차가운 날씨네요.
매번 동생네 하고 같이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일이 있어서 저희 식구만 먼저 성묘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술 한잔 올리고 생전에 좋아하시던 커피도 한잔 올린 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렇게 우리 가족만 왔으니 바로 집에 가도 할 일도 없고 해서, 아들이 추천한 맛집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전 웬만하면 오래 기다리는 곳은 별로 안 좋아하기는 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막국수 집이라고 해서 오늘은 좀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고기리막국수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이종무로 157, 지번으로는 고기동 593-4로 되어 있는데 내비게이션으로 '고기리막국수'를 입력하니 바로 나오네요.
고기리는 예전에 회사에서 주말에 등산을 한 후 몇 번 갔었던 기억이 있기는 한데, 직접 차를 가지고 온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길의 상태가 별로 안 좋습니다. 이런 동네가 대부분 왕복 1차선으로 좁은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일부 도로는 아스팔트가 손상이 되었거나 공사 중이어서 영 운전하기에는 불편합니다. 앞차를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니 일단 차가 많이 서있는 곳이 보입니다.
건물 앞에 주차관리하시는 분들이 분주히 안내를 하고 계신데, 다른 차들은 몇 번씩 와보아서인지 알아서들 잘 주차를 하네요.
저희가 도착한 시간이 10시 40분인데도 건물 뒤편의 주차장은 이미 만차여서, 길가 또는 아래쪽에 있는 2 또는 3 주차장으로 가라고 하네요. 뭐 주차장이라고 해도 잘 정비된 곳은 아니고 그냥 노지 주차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충 길가에 새워놓고 건물에 들어가 보니 이미 앞에 25팀 정도가 대기 중이네요.
맛집은 맞는 것 같습니다.
10시 40분에 문을 연다고 하던데 이미 1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리신 분이 있더군요. 뭐 이렇게 까지 와서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아내한테 혼날까 봐 그냥 조용히 있었습니다.
저는 실내에서 기다리는 게 지겨워서 인근 동네를 한번 걸어봤습니다.
바로 뒤편에 상당히 큰 카페도 있고, 앞쪽에도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그런데 일부 건물은 임대 또는 공사 중단이 된 상태도 있습니다. 아마 경기가 나빠지면서 폐업하거나 부도가 난 것 같네요. 비록 도로 상태가 안 좋지만 주변을 쭉 들러보니 꽤 고급스러운 전원단지도 보입니다.
한 30분 정도 기다린 후 카톡으로 입장하라는 안내문자가 왔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입장하는 곳부터 디딤돌이 있고, 신발은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 만약 다리가 불편하신 분이나 휠체어를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방문을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전에는 못 느꼈었는데, 장인어른이 다리가 안 좋아서 휠체어를 이용하시면서부터는 장애인 시설에 부쩍 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입구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많은 보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내를 받고 실내로 들어가 보니 겉보기보다는 제법 크고 깔끔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저희(3명)는 수육 소(小) 1개, 들기름막국수 3개, 추가 막국수 2개를 시켰습니다. 기본적으로 막국수를 시키면 추가 막국수를 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추가 막국수로는 비빔을 시켰는데 양도 적당해고 가격 대비하여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서빙을 하시는 분들이 음식을 가져오시면 항상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여 주시고, 반찬이 떨어지면 알아서 바로 가져다주시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이 정도면 지난번 갔었던 여경래대가의 홍보각의 서빙 수준보다 나은 듯하네요.
처음 나온 음식이 수육입니다.
제가 고기 냄새에 좀 취약해서 냄새가 나면 잘 못 먹습니다. 그런데 여기 수육은 냄새가 전혀 안 나고 부드러워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에 나온 게 메인 음식인 들기름막국수와 비빔막국수입니다. 들기름막국수는 한 입 먹는데 들기름 향이 확 올라옵니다. 첫 입은 다소 슴슴(심심)하다고 느껴졌으나 먹을수록 고소한 뒷맛이 느껴집니다. 뭐라 딱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맛있네요.
비빔 막국수는 들기름막국수에 비해서는 좀 더 자극적(?)이기는 한데 다른 곳에 비해서는 역시 심심하다고 느껴지네요.
음식이 대부분 심심한 타입인데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아마 애들이 먹어도 맵다고 안 할 정도로 생각되는데, 전 좀 더 익거나 매웠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네요.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다들 식사를 금방 마칩니다. 음식의 종류도 막국수와 수육이 전부라서 빨리 나오기도 하고, 오랫동안 먹을 음식도 없기는 합니다.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먹는 시간은 짧아서 회전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모처럼 맛집이라는 곳을 찾아가서, 가족과 함께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고기리막국수는 저처럼 심심한 음식을 좋아하시는 분은 한번 찾아가 보시면 좋을 듯하네요.
이번 설 연휴에는 특별한 계획은 없어서 그냥 매일 가까운 곳에 가서 맛있게 식사하고, 하루를 소소하게 보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려서 연휴 내내 집에서 TV와 눈싸움만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글을 쓰는 도중에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벨기에 업체의 사장으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올해 7월에 할아버지가 된다고 하네요. 축하 축하~
저도 올해 6월 말쯤 할아버지가 될 예정이니까, 한국과 벨기에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게 되었네요.
이런 생각으로 창밖의 눈을 보니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