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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의미 없는 행동으로 감사합니다 소리 듣기

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96번째

by 온호

나는 역 앞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받는 유형의 인간이다. 며칠 전에도 같은 자리에서, 행인들이 전단지를 받을 사람인지 안 받을 사람인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선캡을 쓴 아주머니들이 내미는 전단지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가 대놓고 내 뒤에 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한테 말했다.


나는 기계처럼 반복되고 있을 터인 그 말을 들으면서 그래도 방금 내가 한 일이 아마 인생에서 거의 가장 적은 투입으로 남에게 '감사합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비록 전단지를 받아서 주머니나 가방에 구겨 넣어놓았다가 지하철 플랫폼에 있는 쓰레기통이나 방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게 될 뿐인 아주 의미 없는 짓이긴 하지만.


'두 장이잖아?'


쓰레기를 이동시키는 일에 최소한의 의미라도 부여하기 위해서 헬스장이 어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지 전단지를 보려는데 전단지가 겹쳐서 두 장이었다. 한 번에 두 장을 터는 수완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웃겼다. 빨리 끝내고 싶으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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