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닌데 뜬금없이 된장찌개를 먹을 거냐고 먼저 물어봐오길래 냉큼 좋다고 대답하려다가 잠에서 깼다. 너무 급해서 꿈까지 깨버렸던 것 같다. 시계를 보니 5시 51분이었다. 시계를 본 순간, 무의식이 의식에게 아이디어를 던져줬다. 무의식이라는 건 정말 소름 끼치도록 다 계획이 있는 녀석인 것 같다.
6시가 되니 룸메의 알람 노래가 울렸다. 기상 시간이 일정한 건 아닌가 보다. 알람 시간이 자주 바뀐다. 보통의 경우라면 약간의 불쾌감을 느꼈겠지만 이 날은 알람이 여가수의 잔잔한 팝이어서 그랬는지, 전날 밤의 미묘한 소동의 여파 때문인지 기분 좋게 들렸다. 알람을 듣는데 룸메도 사랑스럽고 노래도 사랑스러워서 미소가 지어졌다.
'미친놈'
스스로 적당히 타이르고 침대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룸메가 자기 알람 때문에 내가 깼고, 그래서 내가 화가 나서 급하게 방을 나간다고 오해할까 봐 걱정될 정도로 빠르게 방에서 빠져나왔다. '미안, 그런 거는 전혀 아닌데.'
처음 받아보는 수면 점수에 놀랐던 아침부터 시작해, 도서관-강의실-종로-기숙사
오늘 수업이 끝난 5시 45분부터 여러 가지 잡일 처리를 했다. 그러다 보니 저녁 루틴은 제대로 못했다. 그리고 오늘 왠지 저녁에 이렇게 될 거 같아서 점심시간에 저녁 루틴을 미리 좀 해둔 것이 뿌듯했다.
마지막 강의 끝나고 종로에 가려고 버스 타러 가는 길 위에서 얼마 전 큰맘 먹고 차단한 선교회 인도자분을 마주쳤다. 학교 캠퍼스를 워낙 자주 다니면서 전도를 하시는 걸 알았다 보니 언젠가 마주칠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그리고 역시나 그 짧은 마주침에서도내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고 자신의 결론만을 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비우호적인 태도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연락하겠다고 하셨지만 죄송한데 차단입니다. 생각해 보면 메시지가 싫은 것이 아니다. 메신저가 인간적으로 싫은 것이다.
추석에 집에 갔다 온 바람에 잊을 뻔했던 약속 일정을 픽스를 하고 공유했다. 영화를 보기로 해서 베테랑2를 예매를 마쳤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 공연을 물었을 때 답으로 들었던 뮤지컬 중 하나도 예매를 했다. 갑자기 추가된 주말 일정에 대해서도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자조모임에서 이야기가 나와 공유를 하고 픽스를 했다. 스픽에서 재밌는 이벤트를 하길래 참여도 했다. 응원하기 정산이 된 것에 대해서도 응원을 해준 당사자와 공유를 했다.
바빴는데 나를 바쁘게 한 일들 중 그 어느 것도 내 학업이나 수익활동과는 관련 없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정산하기로 856원을 받았으니 후하게 친다면 글을 쓴 것은 열외 시켜줘도 될 거 같다.
가짜로 바빴던 것 같아서 불안한가? 솔직히 조금 그렇다. 조금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나를 쌓는 일들로 바빴다고 생각을 고쳐먹는다. 학업과 수익활동으로 바쁠 때도 많을 테니 너무 그러지 마라.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