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점심을 먹고 와서 국가근로장학생 자리가 아닌 일반 자리에 앉아있다. 들어오면서 보니 늘 그렇듯 한 여학생이 근장생석 자기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방학 근로 기간 초반에야 이 여학생이 밥을 먹으러 가는지 안 가는지 분명하게 알 수 없었지만 지금 같이 근장생들도 여행을 떠났거나 쉬느라 근로를 하지 않는 막바지에는 눈에 띄어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녀는 밥을 먹으러 가지 않는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인지 돈을 아끼는 것인지 시간을 아끼는 것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우리 학교 학생 식당은 기본적으로 식사가 단품 기준 5,000원~5,500원에 제공된다. 커버 이미지처럼 추가 반찬이 있는 세트 메뉴의 경우 6,000원~7,000원이 되기도 한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아니고 시간을 아끼는 것도 아니라면 5,000원 정도의 가격도 내키지 않을 수 있겠다 싶다. 혹시 입맛에 안 맞아 그럴 수도 있고 따로 챙겨 먹는 요깃거리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점심시간이 되어도 추운 도서관에 혼자 남는 여학생을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을 받던 스무 살 현역시절에는 나도 학식을 잘 먹지 않았다. 학교 매점에서 포만감과 칼로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들을 주로 찾아 먹곤 했다. 또, 늘 낮았던 자존감과 다르게 자신감은 높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대학교 들어와서는 그마저도 잃은 상태여서 학생들이 많은 학생 식당을 기피한 것 같기도 하다. 여럿이서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밥을 먹는 또래들을 보는 것이 당시의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식사를 하러 가지 않는 여학생을 보는 내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내 어릴 적 그런 모습을 떠오르게 하고, 다른 누군가를 또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합격 못 했다. 컴활 공부 속도가 느려진 지 꽤 됐지만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를 의식하는 타고난 습성으로 인해 빨리 합격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하지 않을 이유도, 할 이유도 생각하곤 했지만 요즘은 할 이유에 대해 더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내 안에 깔려 있던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서 무엇으로든 내게 의미 있는 공부라고.
반면에 이 공부는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지 않을 주된 이유가 된다. 그럴 수도 있다. 어디로 어떻게 갈지 모를 내 진로와 아무 연관이 없는 공부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무언가 공부를 한다면, 그래서 아는 것이 생긴다면 시야가 조금이라도 넓어질 거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 않을 이유보다는 해야 할 이유의 목소리를 더 경청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요즘 가장 크게 느낀 컴활 공부의 의미를 하나 예를 들면, 설문조사 같은 것들을 할 때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거지'하고 불편을 느꼈던 부분이 입력마스크와 유효성 검사와 관련된 것들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걸 이렇게 말로 표현할 수도 있고.
아는 것이 없어서 의지가 없을 수 있다. 노력해서 무언가 성취하면 어떤 작은 결실이라도 생긴다는 것을 몰라서. 그리고 아무래도 10년 동안이나 삶에 대한 의지나 의욕은커녕 '죽고 싶다'는 무기력한 생각만 하며 살았으니 그 관성이 뇌 주름 주름마다 찌든 때처럼 두껍게 껴있을 수도 있다. 일단 컴활 1급 실기 합격을 동력으로 비루한 삶을 붙들어 잡아 보려 하고 있다. 우선 이거 하나 버텨내면 찌든 때를 한 꺼풀이라도 벗길 수 있을까. 그래도 빨리 하려고 하지 않으니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아 좋다. 내 능력껏 해야겠다. 남들도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간 것인데 그들의 현재 위치만 보고 그 단계로 바로 뛰어 넘어가고 싶어 하는 욕심이 고통의 원인이다. 맨날 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