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10년 경력자의 일기
도서관 근로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25-1학기 학기 중 근로 신청기간에는 장학 신청을 안 하는 바람에 다음 학기는 근로가 없어서 오늘 이후로는 한 동안 출근 찍을 일이 없어졌다.
끝이 다가와서인지 어제 도서관을 나오는데 별 예쁠 것도 없는 곳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빨간 학생증을 출입구에 찍고 나오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곳. 언젠가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나 있을 때, 이곳에서 보냈던 하루하루의 모습들과 순간들을 나는 기억할까? 아마 못할 것이다. 어제처럼 그렇게 남겨놓은 사진들을 이따금 보게 될 때야 물감이 번진듯한 흐릿한 기억의 시야가 또렷해질 것이다. 그 아련한 감동이 가져다주는 작은 기쁨에 미래 어딘가의 내가 다시 살 만할 기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6개월 동안의 도서관 근로가 끝났으니 근무지 후기도 남겨 본다. 꿀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도서관, 직접 맛을 봤더니 내 입맛에도 달았다. 근로를 시작하기 전, 도서관 내에서도 업무 배정에 따라 근무 난이도가 차이가 난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속한 그룹보다 더 일이 없는 그룹도 있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근로를 했던 나로서는 이게 됐든 저게 됐든 워낙 가혹했던 대조군 덕에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일했다.
며칠 전 볼 일을 보고 학교 유치원 앞을 지나가다가 마침 퇴근하시던 선생님들과 마주쳤다. 인사를 드렸더니 같은 반이었던 선생님께서 나보고 유치원으로 좀 다시 일하러 와달라고 약간은 무서울 정도로 말씀을 하셨다. 약간 흥분하신 게 뭔가 악에 받치는 것들이 있는 느낌이었다. 8개월 정도 일했던 당시에 지켜보니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내가 안 해도 될 것도 많이 하고 그랬다. 새로 온 학생들이 아마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테니 선생님 부담이 늘어서 힘드셨나 보다 생각했다. 선생님한테는 미안하면서도 뿌듯했고 뿌듯함을 느껴서 또 미안했다.
생각해 보면 몸은 훨씬 힘들고 도서관처럼 근장생 지정석이나 공부할 시간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유치원에서 일했을 때가 더 좋았다. 구성원들 간에 인간적인 교류가 있고 일 자체도 더 보람 있었다. 그런 게 아마 적성이라는 것의 영향이지도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서분들께 마지막 퇴근 인사를 하고 도서관을 빠져 나왔다. 이렇게 또 인생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