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1
서울 청년 기지개센터에서 이번 연도에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플랜브릿지] 프로그램 1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청년플랜브릿지, 줄여서 청플지라고 부르기로 한 이 프로그램은 간단히 설명해서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달성하도록 돕는 청년 주도 활동"이라고 한다. 무엇인가 하고는 싶지만 계획 세우는 데 도움이 필요한 고립은둔 경험 청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지원 프로그램이다. 3월부터 1개월 동안은 화요일과 금요일 두 팀으로 나누어 그룹밀착-마인드셋 교육을 진행하고 그 이후로 2개월 동안은 담당 복지사와 개인밀착-1:1 모니터링이 진행된다. 그룹밀착과 개인밀착 기간이 지나면 전화를 통해 3개월의 사후관리를 한다고 한다.
공강인 오늘 아침, 6시쯤 눈을 떴지만 불편한 자극이 없이 혼자 있는 방에서는 눈을 떴다고 해서 매트리스 위에서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미적거리다 7시가 훨씬 넘어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면담이 있는 날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오래 이불속에 머물렀을지 모를 일이었고, 프로그램 참여 신청을 했던 것이 잘한 일이다 생각했다. 핸드 드립 세트도 미적거릴 시간을 커피 내려먹는 시간으로 바꾸려고 들인 것이었는데 커피가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아예 까먹어버렸다.
아침밥을 간단하게 먹고 공부를 잠깐 했다. 일정 전 뜨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할 것을 해야 스스로 떳떳하고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샤워를 한 후 혜화의 열정 공장으로 향했다. 작년 기지개 센터에 사업 신청을 할 때 면담을 해주셨던 복지사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음료를 한 잔 주문한 다음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청년플랜브릿지를 신청한 동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편안해지니까 나태해지고 의욕이 생기지 않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생각보다 내 안에서 스스로 생성되는 동기는 거의 없고 남들에게 열심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거나 성실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동기가 큰 것 같아서, 남들 시선(모니터링)에라도 의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신청했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리고 진로고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코칭 때도, 가족들과도 자주 이야기하곤 하던 주제였다. 신기한 건 똑같은 내용으로 대화를 했음에도 지금까지 경우와 복지사님께서 제시하는 방향이 상당히 달랐다는 것이다. 그게 내 경우에는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처음으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계획이 세워졌다. 당장 무언가 할 수 있는.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내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내 삶에 있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했다. 그렇게 복지사님과 어느 정도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 장소에 10분 일찍 도착해서 면담도 10분 일찍 시작했는데도 끝나는 시간보다 20분이 지나있었다. 나는 확실히 말이 많다.
이번 면담의 전체적인 느낌을 정리하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면담이었다. 그리고 중심이 없는 내 생각에 대해서도 어느 쪽이 맞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그런 것들은 내가 늘 바라던 것이었는데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코칭 교수님과의 대화에서도 이상하게 들을 수가 없었다. 이것도 맞을 수 있고 저것도 맞을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이렇게 한 번 해봐도 괜찮겠다 생각이 드는 면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