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1
오늘은 왠지 사람이 적다 했는데 두어 분이 취업을 해서 참여하지 않게 된 영향이었다. 그중 한 분은 아는 분이기도 해서 '잘됐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행복 숙제 검사로 그룹 활동이 시작되었다. 지난주 작성한 행복 메뉴판 중 실천한 것들에 대해서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내가 생각보다 엄청 많이 실천했다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숙제를 의식하여 부러 한 것도 있지만 생활 속에서 늘상 있는 일들도 행복 메뉴에 들어가 있는 것들이 있어서 그랬다. 그건 또 내가 생활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소소한 장치들을 돈 주고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얻기 위해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면 발전이 없다는 논리를 잘 받아들인 것 같아 다행이다.
인생의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 무엇이 더 필요하고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현재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상태인지 색칠하는 것이었는데 인생에서 해당 항목에 가중치를 얼마나 부여하는지로 착각하는 실수가 있었다. 그랬는데도 뭔가 충족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래도 기준에 맞춰 다시 생각해 보자면, 나는 사회적 관계에서 아쉬움을 좀 느끼고 있고, 경제력 면에서는 아쉬움이 아주 크다. 영성 쪽으로는 가정환경에 대한 반감으로 늘 체크를 의식 쪽으로 부정적으로 하기 때문에 낮게 나온다. 실제로는 아마, 꽤나 영성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지적성장 부분은 더 낮게 수정해야 할 것 같고 감성충족 부분은 그대로 괜찮은 것 같다. 청년기에는 저런 가치들이 모두 충족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성장해 나가면 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다음으로는 [인생의 목표 정하기], [인생의 세 가지 목표]를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청년분들이 꽤 어려움을 느끼는 것에 비해 나는 쉽게 채웠다. 학교에서 장학금 신청을 하다 보면 자기소개서에 비슷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익숙하기도 하고, 학교 강의들 중에서도 몇몇 강의는 인생 설계-목표 설정이 심심찮게 나오는 주제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인생 관점의 손바닥을 뒤집은 후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인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되도록이면 남 돕는 일을 하는 것. 다만, 그런 작은 신념과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해서 오는 인지부조화를 행동이 아니라 신념을 바꿔서 해결하지 않도록 남은 인생에 부단히 애를 써야 할 것이다.
목표를 다 쓰고서는 목표를 기준에 맞게 수정했다. 대게 사람들은 목표한 바를 잘 이루기가 힘들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봄으로써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목표의 기준들을 배워보았다.
1. 당장에 뭘 해야 할지 알고 있나요?
2. 변수를 예상했나요?
3.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재미있나요?
나에게 와닿은 부분은 2번이었다.
인생이 묻는다. "변수를 예상했나요?"
이제야 알고 내가 답한다. '아니요, 안 했나 봅니다.'
2010년 겨울방학이 시작된 후 알바를 하지 않게 된다는 방학 계획의 차질을 예상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 일로는 컴활 실기 시험에 떨어질 변수를 진지하게 예상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What the hell' 효과를 설명 들었는데, 이 개념은 사람이 어떤 목표나 계획을 세웠다가 한 번 실패하면 "에라이, 모르겠다(what the hell)"라는 심리 상태가 되어 목표를 완전히 포기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딱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스무 살 겨울 방학 땐 알바를 안 해서 용돈이 없으니 계획을 망쳤다는 생각에 학교가 가기 싫어진 면이 있었고, 이번에 컴활 1급 자격증을 3월 전에는 따려 했었는데 그게 어그러지니 하기가 싫어진 면도 있었다. PPT에 왓 더헬 효과의 예시로 등장한 동영상 속 어린아이는 엄마에게 주스를 건네주려고 들고 가다가 음료를 조금 흘리는 바람에 들고 있던 컵을 거꾸로 들고 다 쏟아버렸다. 사람 마음은 자연스레 그렇다는 것이다. 이걸 인지했으니 앞으로 남은 삶에 그러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표 세 가지를 기준에 맞춰 수정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언제, 어느 정도를 할지 구체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이 글도 5시에 활동이 파하자마자 센터에 앉아 쓰기 시작했다. 5초 이상 생각하면 하지 않을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고 하니 뭔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면 역시 '그냥 하기'가 답이다. 그게 마음 편한 걸 알면서도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그렇다. 될 때의 비율을 높여 체화가 될 때까지 다시 힘내보자는 다짐을 또 한다.
TCI 중 기질 파트를 1주 차에 다뤘고 3주 차인 이번엔 성격 파트를 다뤘다. 자율성 부분에서는 의사결정 스타일을 진단했다. 음식 메뉴를 고를 때, 휴일에 할 일을 정할 때, 조별 토론 중 의견을 낼 때, 약속을 잡을 때, 물건을 구입할 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을 때, 갈등 상황일 때 의사결정의 주체가 내가 되는지를 체크해 보는 것이었다. 내 경우에는 대부분 내가 결정을 하는 것 같다. 선택한다는 건 동시에 어느 정도 책임도 가져간다는 것이기 때문에 배려라는 포장으로 선택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여전히 거절을 잘 못하고 어려운 부분을 잘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게 많이 좋아진 상태라는 걸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을 많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성 다음은 연대감을 다뤘다. 나는 연대감 부분이 굉장히 괜찮아서 걱정할 게 없었다. 고립은둔을 겪는, 겪은 청년들은 이 부분에서 대부분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극단적인 경우도 몇 번 봤는데,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무서울 정도의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그 모든 것들을 용서하며 사는 날이 찾아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진심이다.
자기 성격의 장점을 세 가지 찾고, 그 장점이 드러났던 상황을 같이 적어보았다. 잘난 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게 '있는 그대로'라고 생각하며 내 장점들을 길게 써보았다. 좋은 기분이었다. 이번에 느낀 건 혼자 안될 거 같으면 도움 받을 만한 곳에 발을 걸쳐놓는 조심성이 내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화요일에 도서관을 가도 되고 카페를 가도 됐겠지만 센터를 가도록 안전장치를 걸어놓은 덕에 청년들도 만나고 여러 삶도 만나고 나를 더 아는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나중엔 내 두 다리로 오롯이 서 있을 수 있도록, 그래서 누군가 나한테 와서 기댈 수도 있도록 어엿해지고 싶다. 다음 주는 마지막 그룹 활동이다. 강사님도 다른 청년들도 안녕이다. 내 의지력을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