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5
'연재 중단을 해야 하나?'
고민을 잠깐 했다. 4주간의 마인드 교육(그룹밀착)이 끝나고 8주간의 1:1 모니터링(개인밀착)이 시작되었는데 글로 남길 만한 내용이 없는 것 같아서였다. 연재중단하는 방법을 못 찾았기도 하고 계속 연재하기 싫은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으로 일단은 연재를 이어가기로 했다. 내용이 부족하면 부족하더라도 있는 대로 기록하는 것이 연재의 목적에 부합할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한다.
10시에 혜화동 공유 공간에 도착해서 매니저님과 간단한 안부를 물어 나눴다. 그리고 지난주 그룹밀착에서 설정한 1년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현재의 실천사항들을 실제로 얼마나 수행했는지 첫 모니터링을 했다. 핵심은 실천이 부족했던 부분을 어떻게 조금씩 끌어올려볼 것인가였던 것 같다. 결론은 굉장히 단순했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의 내 상황, 입장이라든지를 많이 이야기하게 됐다. 매니저님과의 라포 형성의 시간이라고 할까, 면담의 성격과 더 가까웠던 것 같다.
1시간 25분 정도 함께 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는 이게 다인 것 같다. 오늘은 매니저님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매니저님과 상호작용 하면서 '고립은둔 청년은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청년분들로부터도, 고립은둔청년 선정 면담 때마다 매니저님으로부터도 종종 듣는 이야기와 관련해서다. 그러니까 간추리면 "지금 고립은둔이 아니지 않으냐."다. 맞다. 학교를 나가고 있으니. 그리고 나는 지금 심리적으로도 우울함의 정도가 낮은 편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확신도 있다. 공격적인 상대에게도 친절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타인과의 연대감도 높은 편이다. 타인과 소통하는 것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우울감에 빠져있고 타인과 의사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외출하지 않는 사람만이 고립은둔청년인지 모르겠다. 나는 나 혼자만의 의지로 될 줄 알았던 2014년 복학 당시에 또다시 은둔고립하게 되고 그게 장기화된 적이 있기 때문인지 조심스럽다. 그래서 아직은 기지개 센터의 도움을 받고 싶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학교를 다니고 사람들도 만나지만 미숙한 것도 많고 경험도 많이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학교 갔다가 방에 돌아오고 공부하고 반복하다 보면 은둔고립 때와 사실 뭐가 다른 지도 잘 모르겠다고 느껴진다.
10년 방에 있었다 보니 사회 적응하는데 현실적인 도움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10년 세월의 관성에 다시 끌려가버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은 떨떠름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곳 보다는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나마 있을 만한 곳을 찾아가는 느낌인 것 같다. 대학 졸업과 함께 지원 사업도 졸업할 생각이지만 그 때까지는 무기력 관성을 타파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데 받을 수 있는 도움이 있다면 발을 걸쳐 두고 싶다. 애도 많이 쓰고 힘내고 있지만 속에서는 사실 무서운 것들이 많다.
기지개 센터 카드뉴스에는 청년 플랜 브릿지 프로그램 대상으로 마음'만' 먹지 말고 행동'도' 하고 싶은 청년 이 마지막에 한 줄 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지금까지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나한테 딱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헛되지 않도록 실천 사항들 꼭 자체 점검 잘 하면서 체화해서 앞으로 '그냥 하면'서 사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다가가는 사람이 돼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