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8
강사님과 함께 하는 그룹 활동은 오늘로 끝이 났다. 끝은 언제나 무언가의 새로운 시작이 맞는 듯, 4주 차 제목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강사님이 청년들의 마인드셋과 관련해서 알려주실 것들은 알려주셨으니 앞으로는 배운 것들을 기억하며 스스로 행동으로 옮길 차례다.
처음에는 지난주 설정한 나의 목표들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원들끼리 돌아가면서 각자 얼만큼 실천했는지 점수를 매겨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방해요인이 되었던 것이 무엇인지도 이야기했다. 나는 "만족 지연 실패"와 "1차적 욕구 충실"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누워 있고 싶은 만큼 누워있고, 누워있고 싶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고 싶은 데도 누워있고, 일찍 학교 가고 싶은데도 누워있고, 밤늦게 먹고 싶을 때도 참지 않고 먹었다. 그래도 설정한 목표와 관련해서 매일매일 점검도 하고, 나름대로 신경을 쓴 일주일을 보냈기에 "목표를 달성함"은 아니지만 "시도함"에 점수를 부여했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은 나만의 약점이 아니라 흔한 현상인 듯 강사님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을 반복해야만 실제로 행동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저 사람만큼'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으로 목표를 세워서 자신의 수준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는 말씀도 강조하셨다. 목표 달성이 안되면 '더 열심히 해야지'가 아니라 목표치를 낮추라고도 하셨다. 목표를 낮게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이 역시 자신의 현 수준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성취감을 쌓아가라는 뜻인 것 같았다.
지난주의 TCI 성격 검사에서 언급했던 자율성과 연대감과 닿아있는 자기 수용 & 타인 수용을 위해 자신의 강점 카드를 세 가지씩 골라보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의 강점으로 "설득, 응용, 감사"를 골랐다. 이번 주에 학교에서 팀플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발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조원들을 설득할 일이 있었다. 그래서 매너 있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 불쾌한 일 없이 정리를 잘 했다. 그리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부분에 생각보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이제는 알기에 강점으로 뽑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팀플을 할 때는 대체로 팀 전체적으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주저 없이 제시하고 설득하는 편이라는 것을 어제오늘 느끼던 와중이어서 설득 카드를 고르기도 했다.
자신이 고른 강점 이외에 조원들이 나의 강점을 하나씩 뽑아 주기도 했다. 많은 카드 중에서 스스로 뽑지 않은 강점들도 많았는데, 그런 카드들을 받은 것이 아니어서 의외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조원들이 뽑아준 카드는 나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라고 여기던 것들이었다. 특히 "몰입" 카드가 가장 그랬다. 늘 뭔가 하나에 진득하게 빠지는 일이 없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무슨 일을 하고 있을 때도 딴생각이나 딴 일을 떠올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몰입 카드를 뽑아주신 분의 말에 따르면 KBS에서 청년플랜브릿지 활동 취재를 왔을 때 나를 바로 옆에서 5분 동안 촬영을 했다고 한다. 활동지를 작성하느라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며 내 강점으로 "몰입" 카드를 뽑은 이유를 설명하셨다. 이게 진짜 강점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어쩌면 기준치 설정의 문제로 자신의 실제 강점을 저평가하거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순서로는 청년들이 미리 작성한 고민과 질문에 강사님이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간관계에 대한 것, 스트레스 관리나 감정 조절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그것들을 보면서 2년 전 청년이음센터의 도움을 받던 때의 나도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매던 것이 생각났다. 지금은 그런 질문들에 대해서 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실제로 답에 맞춰 사고방식과 행동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시도하고, 실천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스스로를 작고 부족하다고 여기지만 조금 성장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이 분명해져 기뻤다.
3월 18일부터 4월 8일까지 네 번의 화요일이 지나갔다. 명패 만들기, 무인도 협력 게임, TCI 기질 검사 해석, 빗 속의 그림 검사, 스트레스 진단 검사, 명상 - 젠탱클, 비합리적 신념, 그림 카드 실패 고백, 가상 슬픔 글쓰기, 회복 탄력성, 긍정 이야기 짓기, 행복의 기준, 행복 메뉴판, 근력 운동 할아버지, 인생의 추구미 찾기, 목표 설계, TCI 성격 검사 해석 등 다양한 내용을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님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고 4주 동안 배운 것 중에 한 두 가지만 마음에 남아있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 중에서 나에게 인상 깊었던 부분은 "비합리적 신념" 부분과 "근력 운동 할아버지"였다. 비합리적 신념을 수정하는 것은 척추 교정과 같아서 정신 차리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가도 몇 번이고 원래대로 돌아가고 돌아가는 것이라는 비유가 생각이 난다. 비합리적 신념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몇 번이고 도돌이표를 만나 돌아오더라도 내 의지를 탓할 것이 아니라 그저 허리를 펴듯 다시 고쳐 생각하기를 반복한다는 마음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근력 운동 할아버지"는 외국의 공익 광고 같은 것이었다. 백발노인이 아령을 들고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데 처음에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 동네 주민들의 걱정을 산다. 그러다 할아버지는 날이 갈수록 수행 능력이 점차 나아져서 안정적으로 동작을 반복하게 된다. 마지막에는 할아버지가 운동을 한 이유가 밝혀지는데, 그건 크리스마스에 손녀를 안아다 트리 꼭대기까지 들어 올리기 위함이었다. 강사님이 이 영상을 보여준 것은 아마 뚜렷한 목표 설정과 매일매일 아주 더디게 나아지더라도 해내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우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첫째 조카를 안아주거나 재울 때 팔 힘이 필요해서 운동을 했던 시절과 셋째 조카 돌잔치 때 사람 같은 몸을 만들어가려고 운동을 했던 것이 생각나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내 멋대로지만 공감한 것이다. 취약한 존재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새 가족 앞에서 듬직하고 어엿한 어른이고 싶은 마음, 장외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전해주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주전이고 싶은 마음. 아무런 의욕이 들지 않던 우울한 시기였지만 사랑만을 받아야 할 순수한 어린아이의 존재 앞에서만큼은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의지가 생기곤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찾고, 나가고, 경험하라."는 말에
'그래볼게요, 포기하지 않아 볼게요, 움직일게요.' 다짐해 본다.
10년 후 나는 지금의 나에게 "이렇게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려고 미리 고생해 줬구나."라는 말을 해준다고 쓰면서 그룹 활동을 마무리했다. 실제로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나는 수없이 흔들리고, 지금까지 한 것은 고생 축에도 못 끼는 일일 수도 있다. 그래도 말을 저렇게 하고, 미래가 저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