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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모니터링 2주 차

2025.04.22

by 온호

5시에 일어나서 컴활 엑셀 파트 기출문제 1회 분을 풀었다. 오늘 오전 10시 30분에 목표 달성 점검을 하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5시쯤 눈을 떠도 정해진 기상 시간인 6시 30분까지 매트리스 위에서 아침에 해야 될 일이나 오늘 해야 될 일들, 조만간 있을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소소한 압박감을 이불 삼아 누워있는다. 근데 실천 체크를 하고 누가 그걸 감독한다니까 가서 안 했다고 말하기가 싫어서 그 욕구로 컴활 문제를 풀었다. 우선순위야 아무래도 학교 중간고사 공부에 있겠지만 어차피 6시 반까지 동태눈으로 누워있을 바에는 그게 낫다 판단했다.


청년플랜브릿지 신청을 할 때도 누구한테 잘 보이려는 눈치라도 봐야 뭘 더 하게 된다는 걸 노리고 신청했다고 말씀드렸다. 정확히 그게 발동한 것 같다. 순전히 내 의지로 할 수 있다고, 외재적 요인보다는 그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얼토당토않은 자기 과신이었다. 지난주 일요일에는 중랑천에서 달리기를 했는데 그것도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 사항으로 설정해놓지 않았으면 안 했을 것이다. 기숙사에 살 때는 주에 세 번은 트레드밀로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잘했었는데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중랑천에서 달리기를 하기까지는 두 달이 넘게 걸렸고 모니터링 빨이 작동했다. 무기력의 사슬을 끊어내고 이대로 중랑천 달리기 모멘텀을 얻게 된다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청플지 신청의 뽕은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1:1 모니터링은 일주일 간격으로 세 가지 목표와 목표 달성에 해당되는 실천사항들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0점부터 4점까지 매겨서 그걸 꺾은선 그래프로 표시하는 것을 한다. 그리고 매니저님과 면담, 코칭 비슷한 대화를 나눈다. 이번 주도 그게 다였다.


그리고 아마 내가 예스맨이다 보니 또 인터뷰 요청을 하셨다. 거기에 시간을 좀 썼는데, 가급적이면 이 문제는 1:1 모니터링 시간보다는 따로 연락을 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른 청년분들은 어떤 프로그램의 1회기라는 건 그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니 신청하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셨다. 그래프 그리는 것에서, 내가 작성한 일지를 취합하러 가져가신다는 것에서 총 두 번, 모니터링이 진행되면서 변동되는 사항이 있었다. 아마 이런 자잘구레한 버벅임도 포함해서 그런 판단을 하셨던 것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럴만하다고도 생각했다.


1:1 모니터링 요일이 목요일로 변경된 것에 더해서 지난주와 마찬가지의 이유(프로그램 내용 부실) 연재 완료를 오늘 한 번 더 고민했다. '이거 하러 매주 왔다 갔나 해야 하나?', '시간낭비 같다.'는 생각, 그러니까 일종의 홧김과, 연재 내용 부실에 대한 우려, 단순 귀찮음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감정들을 잘 살펴보고 뭐가 맞는지 잘 판단해 봤다. 그래도 쓰는 게 맞다는 결정이 다시 반복됐다.


글을 쓰면서 어제부로 2회독을 마친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 공황이 찾아오며 비싼 돈 주고 정신과 상담을 다니면서도 이걸 하러 이 돈을 쓰나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상담받으러 가서 나누는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결국 자신을 고쳤다는 것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1:1 모니터링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게 되는 것, 달리게 되는 것, 공부하게 되는 것, 혜화로 향하는 동네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것들을 생각해야겠다. 청플지를 통해 만나는 극적인 감동스런 순간들만이 아니라 내게 없었던 이런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순간들이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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