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청소
참붕어싸만코는 빙그레에서 1991년에 출시한 아이스크림이다. 나랑 태어난 년도가 같다. 그리고 이름은 싸고 많아서 "싸만코"인데 지금 와서는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또, 지금 팔고 있는 종류는 네 개 정도가 된다. 밤맛이나 고구마맛, 녹차맛, 슈크림, 체리블라썸 같이 나왔다가 사라진 버전도 꽤 많다.
붕어싸만코는 편의점에서 2,200 원 정도,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 1,400 원 정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30개를 살 때는 개당 1,000 원 정도로 살 수 있다. 캬라멜 팝콘맛 붕어싸만코를 처음 먹어본 김에 한 번 떠벌여 봤다.
며칠 전에 큰 누나와 을지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누나 회사 근처 햄버거집에서 피넛버터 버거를 판다면서 한 번 먹으러 놀러 오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먹어봤더니 딸기잼과 피넛버터 맛 때문에 패티맛은 거의 느낄 수 없어서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누나가 시킨 화이트머쉬룸 버거랑 반 바꿔 먹었다. 그건 맛있었다.
그리고 두어 시간 같이 데이트를 하면서 느꼈는데, 누나가 많이 힘들어서 예민했던 것은 완전히 지나간 것 같았다. 말도 편안하게 하고 표정이나 행동도 편안했다. 꽤 오랜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했다.
버거를 다 먹고 "뭐 할까" 하다가 내 신발을 사러 명동으로 이동했다. '민생 그거'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그 건 멘탈 어카운트일 뿐 똑같은 돈이니 이걸로 쓰나 저걸로 쓰나 상관없었다. 그리고 '민생 그거' 전부터도 신발을 한 번 사러 갔다가 말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신발 구매가 민생 회복 소비 쿠폰 때문에 공연히 발생한 소비는 아니었다. 왜인지 나는 이 사실을 자꾸만 내 스스로에게, 또 누나에게 설명했다.
6학년 때 체력장에서 오래 달리기를 1등 하고 싶어서 나는 한 달 정도를 매일 8km 정도씩 달렸었는데 그즈음해서 러닝화를 처음 사 신게 됐다. 아빠랑 신발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손바닥에 올려서 들어보고, 발을 넣고 신어보고 하면서 샀던 것이 아식스 거였다. 아식스 러닝화가 정말 충격적으로 가벼워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22년이 지나 두 번째 러닝화를 사게 됐다. 이번엔 1등 하고 싶은 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10년을 방 안에서 사느라 인생을 좀 손해 본 것 같으니 그 손해를 메꾸고자 함이었다. 인생 후반전 중 10년간을 건강하게 살면 될 것 같고, 뛰다가 탈 날 정도가 아닐 거 같을 때 한 번씩 나가서 중랑천을 달리면 그 목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에 산 건 뉴발란스 거였는데 마찬가지로 굉장히 가벼웠다. 밑창도 두툼하고. 새 신을 신고 달려봤는데 흡족했다. 20km 기록을 다시 재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나저나 집에 있는 동안에 어머니, 큰 누나, 형이 한 번씩 번갈아가며 신발을 사주곤 했었다. 그렇게 신지도 않고 신발장 자리를 불편하게 차지하던 것들이 여서일곱 켤레는 되는 것 같다. 다시 살기로 한지 이제 2년이 됐는데, 그 신발들 중에서 이제 어디 한 군데가 터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안 편해서 잘 안 신었던 단화 하나뿐이다. 많이도 걸어 다닌 모양이다.
내 기억이 온전하다면, 학교를 다녔던 2014년에 산 팀버랜드가 마지막으로 내가 샀던 신발이다. 거기서부터 계산하면 신발 자체를 구입한 것도 11년 만인 셈이다. 신발을 사서 매장을 나올 때 이런 생각이 떠올라, 새삼 내 인생 재밌다고 생각했다.
화장실 바닥 머리카락 청소나 변기 청소는 거의 매일 하는 거 같다. 지저분하면 그냥 넘어가기가 불편해지는 지경이 되어버렸지만, 언젠가 청소에 예민한 걸 고깝게 보는 사람과 같이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마찰을 빚지 않을 수 있게 일부러 한 번씩은 눈에 거슬려도 청소를 하지 않고 두는 연습을 하곤 한다.
본성 자체가 깔끔을 떨거나 청소를 막 열심히 하는 타입이 아니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생각해 봤다. 조카랑 같이 살던 때, 조카가 바닥을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변한 것 같다. 구강기가 겹치면서 조카는 기어 다니다가 위험한 것이나 더러운 것을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는데, 그걸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청소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어린 생명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라는 영혼이 선한 종류의 마음을 단 하나라도 타고났다는 것이 참 감격스러운 인생이다.
조카가 떠난 이후에는 청소가 나를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으로 변해갔다. 깨끗하게 정리, 청소된 환경은 쾌적함이라는 걸 주는데 그 쾌적함이라는 건 기분과 정서에 꽤나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청소를 함으로써 나는 그 '쾌적함'에서 이어지는 좋은 기분을 나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좋은 기분을 다른 사람에게도 주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은 가족에서 시작했는데, 요즘은 아마 범위가 넓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청소나 정리, 뭘 닦아서 깨끗하게 만드는 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