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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넨브릴레 Oct 30. 2022

전략적 선택

지금은 연속된 시계열 감정 중 어느 한 지점일 뿐

독립변수 4. 가족에 의한 삶의 만족도

앞서 언급한 시계열 분석으로 고려해 보자. 독립변수인 시간에 따라 종속변수인 삶의 만족도를 가정(假定) 해 보았다. 만족도는 10점 만점이고 ①실제 느끼는 만족에 ②스스로 만족감을 높게 평가하려는 의지를 더한 복합 만족도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균이 5점이라는 가정하에, 나의 만족하고자 하는 노력 성향 때문에 5점을 항상 넘길 것이라고 점수화한다. 

코로나 이전, 2년간 삶의 만족도

먼저 코로나 전인 2018년, 2019년의 만족도를 꺾은선 그래프로 나타냈다. 각각 5월과 12월에 만족도가 올라가는 계절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 관찰된다. 

4월 25일은 아이의 생일이다. 5월에는 나의 생일, 아내의 생일, 어버이날, 아버지 기일이 있어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행사가 몰려있다. 4월과 5월 사이에는 '가족' 때문에 행복감이 상승한다. 

매년 연말에는 아내, 아이와 여행을 다녀왔다. 12월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다. 2018년에는 베트남 다낭의 쉐라톤 호텔에서 2019년 새해를 맞이했다. 


다음 그래프를 보자. 

2018년과 2022년의 삶의 만족도 비교

2018년과 올해인 2022년도의 삶의 만족도를 비교해 보자. 코로나 전·후를 비교하기 위한 그래프다. 올 1월에는 뜻하지 않은 봉쇄를 당해 만족도가 떨어졌다. 계속 비행이 없다가 2월 한 달간 비행을 20시간 정도 하면서 깜짝 상승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4월과 5월이다. 코로나 이전, 매년 행복지수가 상승했던 같은 시기에 행복지수가 급격히 떨어진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4월 25일 아이의 생일 축하 파티를 영상통화로 지켜봐야 했다. 생일 케이크 앞에서 가족들의 축하 노래가 끝나자 갑자기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아이의 모습이 천사 같아 행복감이 밀려왔다. 영상통화를 마치고, 이내 가족들은 한국에 있는데 나 홀로 중국에 있다는 현실로 돌아오면서 행복감이 곤두박질쳤다. 

2022년 5월 이후는 추정치다. 올해는 한국에 휴가를 못 갈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연말이 되었을 때, 홀로 중국에서 지내며 언젠가 가족과 다낭 여행 다녀왔던 것을 떠올리면 마음이 더 심란할 것 같다. 


데이터가 너무 구체적이라 헷갈리면 안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상상으로 만든 자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여 외, 중국 항공사 근무의 장점은 매월 연속 10일간 휴가를 갖는다는 것이다. 향후,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만 없어진다면  매달 10일 동안 온전히 가족들과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에 있는 동안 짧게는 5분, 길게는 1시간 정도 매일 아이와 영상통화를 한다. 통화는 대화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준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의견을 얘기해줄 수 있는 등 온전한 의사소통이 되도록 한다. 아이에게 감정 코칭해주려는 나의 육아방식을 가능하게 해 준다. 아내는 가끔 아이가 반복하는 어떤 행동 때문에 주의를 주다가 혼내기도 한다. 나는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이의 반복되는 행동 때문에 부정의 감정이 쌓이지 않는다. 통화할 때 항상 긍정적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다. 

올해 아이가 생일 소원을 비는 모습. 영상통화로 봐야 했다.
아이에게 어떤 소원을 빌었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비밀이라고 하던 아이가 "숙제를 조금만 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라고 했다. 
영어 유치원을 다니던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 다녔던 유치원이 지금은 방과 후 영어 학원이 되었다. 최근에는 영어 단어 외우기 숙제가 부쩍 많아진 것을 나와 아내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의 소원이 숙제와 관련됐다는 것이 의외였다. 항상 숙제를 열심히 했었고, 학원 선생님으로부터도 늘 칭찬을 받던 아이였기 때문이었을 뿐만 아니라, 위의 사진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빌었던 소원이 부적정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부정의 감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이도 처음에는 선뜻 소원이 무엇이란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즉시 그동안 해왔던 육아 방식 계기판에 주황색 경고등이 들어온 것으로 여겼다. 며칠 후, 아내는 영어학원 선생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아이의 단어 시험지에 비(답이 틀렸다는 빗금)가 많이 와도 이해해 주세요~ 숙제로 너무 푸시하지 않으려고요"라고 했단다. 나는 아이와 영상 통화하는 동안 엄마와 선생님 사이의 대화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는 소원대로 숙제를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 줬다. 아이는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좋아했고 그 모습을 보는 나도 행복했다. 
나는 늘 아내에게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우리가 마침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지금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이야기한다.  



선택은 시기도 중요하다

내가 '가족'이라는 독립변수에 단순 시계열 분석을 제시한 이유는 어느 시점에 결정하느냐에 따라 선택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그래프를 다시 한번 보자면, 최소한 4, 5월 또는 12월에 의사 결정하는 것은 '가족'이라는 요소에 감정이 집중되기 때문에 다른 요소를 살피지 못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 5월인 지금은 전략적으로 동전 던지기를 유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계열의 확장, 다른 시간에서 지금의 스트레스를 바라 보기

론다 번은 15년 만에 '위대한 시크릿'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나는 알아차리고 있는가?라고 자문하라'라고 한다. 나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필요성을 느꼈다.


과거 투영: 만약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중국 생활의 단조로운 루틴과 적은 비행시간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아직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라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2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최근 2년을 인생에서 지우고 나를 속여보면 어떨까?


래 투영: 현시점에서 한국으로 복귀하고 2년이 지난 미래의 나를 상상해 보자. 현재 중국에서 겪고 있는 스트레스들을 망각의 샘에 넣어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행과 MBA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던 나는 망각의 샘 덕에 2년 반 만에 박사과정에 도전한 과거의 경험이 있다. 아마도 다시금 해외로의 진출을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관점에서 투영: 현재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글로 표현하기 위해 정리 중에, 고쳐 쓰기를 반복했다. 써 놓고 보니 '과연 다른 사람이 봤을 때에도 심각한 스트레스로 여겨질 정도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과거의 나'와 지금 중국을 떠난 후 '2년 뒤 나'와의 공통점은 현재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은 큰 스트레스가 아니거나, 이제는 잊힌 스트레스다.

타인의 입장으로 바라볼 때 '이 정도만 가지고는 생각보다 별거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 생각들은 지금은 연속된 시계열 감정 중 어느 한 지점일 뿐이라고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여전한 불확실성의 도박

나는 사우나에서 오래 견디기를 잘하는 편이다. 중국에서의 힘든 생활도 잘 견뎌내는 편이라고 스스로 평가하는데, 가끔은 은근히 데워지는 비커 안에서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그대로 익어 죽게 되는 개구리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미래가치가 빨리 실현되지 않거나 생각보다 가치가 낮은 결과를 맞이할 상황이 된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불안해진다. 이것이 평소 인내심이 많은 나에게 두려움을 준다. 

회사는 성장할 것이고, 외국인 기장들에게 더 많은 비행 기회를 줄 의지가 있다고 해도 '코로나라는 불확실성의 변수'는 계속 남아 있다.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갑작스러운 비행 취소와 봉쇄를 주기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있다. 정책은 현 정부의 업적이므로 포기하기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변경한다고 해도 치명률에 대한 의료지원이 어려운 상황을 무시 못한다. 초기에 비해 치명률이 매우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일 만큼 중국은 인구 대비 병실의 수가 현저히 적다고 알려져 있다.  



비커 안에서 익어가지 않기 위해 "지금 겪고 있는 이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전략적으로 선택을 잠시 유보하기로 했다. 




사후적이긴 하지만 회사는 급여를 올릴 계획이라는 소식이 최근 들려왔다. 기본급이 현재의 USD2,200에서 00시간 비행을 보장한 것으로 올리는 안을 완성했고 리더의 결제만 남았다고 한다. 00시간 보장이라는 것은 비행을 했든 안 했든 00시간은 비행한 것으로 하고 그에 맞는 급여를 준다는 의미다. 00시간을 초과하여 비행하면 시간당 수당으로 급여가 추가된다.  

이 한 가지 변화만으로도 많은 스트레스가 해결된다. 스케줄이 나왔는데 전 날 취소됐다고 해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어진다. 아직까지 한 달에 00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할 정도로 회사의 비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직원이 특정 기장만 챙겨서 비행을 많이 시킨다고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여직원의 영향력이 낮아진다). 비행을 하지 않고 쉬면서 보장된 시간을 받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변경 예정인 안(案)의 급여는 채용을 예정하고 있는 한국 항공사의 기장이 받는 금액보다 더 높다. 


중국에서는 "실제 적용이 되어야 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 현실이 되기 전에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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