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From 외톨이 to 아이돌

돌 줍던 아이가 빛이 나는 순간, 학교를 찢었다.

by Ella


우리 아이는 여기서 G2예요.

(*Grade 2 /초등 2학년)

이 학교는 킨더부터 7학년까지 있고, 전교생이 600명쯤 됩니다.


그중 한국에서 온 한국인 여자아이는 단. 한. 명.

바로 우리 딸이에요.

(* 여기서 태어나거나 아주 어릴 때 온 학생들까지 한국인은 전교에 10명쯤 됩니다. 다행히 같은 반에 한국인 남자 친구는 한 명 있어요.)


지금은 마주치는 아이들마다 “HI! Jane” 하고 인사를

건네지만, 처음에는 외로운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9월과 10월, 처음 캐나다 학교에 왔을 때

아이에겐 낯설고도 외로운 시간이었어요.


같은 G2 친구들만 해도 60명.

킨더부터 쭉 함께 자란 사이라

서로에 대해 다 알고, 이미 끈끈하게 뭉쳐 있었죠.


그 사이에 영어도 어눌하고 낯선 전학생이 딱 들어왔으니…

친구들은 당연히 경계심이 올라왔고,

우리 아이는 매일 혼자 있는 날이 많았어요.


그 시절, 아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한 주먹씩 돌을 주워서 집에 돌아왔어요.

“오늘은 이거 예쁘지?” 하며 보여주는 손엔

조약돌이 수북했죠.

( 엄마 마음은 짠하지만, 캐나다 록키 마운틴의 뽀시래기 돌이라 생각하고 짠한 마음을 다스렸어요. )


그렇게 며칠이 지나던 어느 날,

저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레 물어봤어요.

친구 사귀기 어려워? 친구 없어서… 외롭진 않아?


그러자 아이는 씩 웃으며 말했어요.

여기 애들이 내가 낯설어서 그래. 나 괜찮아.

나는 친구 사귀는 거 정말 잘해. 걱정 마. 엄마.


그 순간, 아 맞다…

얘가 ESFP였지. 그것도 파워파워 ESFP.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ESFP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죠.

(* MBTI 성격 유형 중 ESFP는 사교적이고 감정 표현이 풍부하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자유로운 성격)


서서히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시너지가 팡! 터졌어요.


바로 로제와 부르노 마스의A.P.T” 노래가 대히트를 치며 제 아이도 덩달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기막힌 타이밍이었죠. 전교에 “아파트“ 의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는 여학생은 우리 아이뿐이었어요.


이후 친구들은 한국에서 온 우리 아이에게

“Do you know BLACKPINK? Do you know NewJeans? They’re so cool!”

(너 블랙핑크 알아? 뉴진스도? 정말 멋져!)라는

질문을 했어요.


당연히 알긴 알죠.

슬프게도 블랙핑크와 뉴진스가 우리 아이를 모를 뿐


우리 아이는 종종 한국어 K-pop 노래를 부른답니다.

(상상이 되시죠? 파워파워파워 ESFP)


지수의 “꽃” 노래도 꽤 유명해요.

이곳 아이들에게 그 어려운 한국어 노래가사


우리 아이는 지수와 똑같은 발음으로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를 부르며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진짜 귀엽죠?


특히, 단짝 4 총사가 있어요.

우리 딸, 인도계 친구, 아프리카계 친구 둘.


이 넷은 매일 “A.P.T”를 부르며 밴쿠버의 블랙핑크가 되고 있습니다. 교실, 복도, 놀이터 —


어디든 무대가 되고, 관객이 없어도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정말 아이돌 그 자체예요.



사총사 is 밴쿠버 블랙핑크




돌멩이를 줍던 작은 손이 이제는 반짝이고 있어요.

숨죽였던 ESFP는, 드디어 자기 무대를 찾았어요.


그리고 나는 오늘도,

학교로 향하는 아이에게 주문을 건넵니다.


Don’t be afraid.

You are the best of the best.

I’m always with you.”


엄마는 너의 모든 하루를 진심으로 응원해.






keyword
이전 02화How You Like That? K-P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