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이 낳고 사람이 가꾼 단풍 산.

전북 순창 강천산 트레킹

by 박상준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강천산(해발 583.7m)의 계절이기도 하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가을에 온 산에 단풍이 붉게 물들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산은 많다.

‘설악산과 지리산, 오대산처럼 대체로 명산으로 불리는 산은 봄꽃, 여름 계곡, 겨울 설경뿐 아니라 가을에도 나름 품격에 걸맞는 자태를 뽑낸다.

하지만 전북 순창의 ‘강천산’은 저부제골, 분통골, 동막골등 계곡이 많아 여름도 좋지만 가을에 유난히 주목받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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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싸늘하게 부는 늦가을에 남자들은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독과 외로움에 감성적인 기분에 빠져든다. 하지만 강천산은 이 때쯤 절정에 오른 여인으로 변신해 화려하게 단장(丹粧)

한다. 애기단풍이 여인의 치마춤같은 산허리를 돌아 내려오면서 얼굴은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간다.

그래서 강천산은 가을만 되면 축제의 한마당이 펼쳐지는 것처럼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뤄 온 산이 불타오르듯 뜨거운 열기를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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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단풍은 절정이 지났지만 강천산엔 탐방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단풍뿐만 아니라 보기드믄 스팩타클한 풍광 때문이다.

들머리부터 현란했다. 여전히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는 단풍도 고운데 계곡가에 국화꽃 화분이 빼꼼하게 장식돼 단풍과 국화가 서로 봐달라고 경쟁을 하고 있다.

강천산 골짜기에 들어서자 시나리오가 잘 짜여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병풍폭포가 눈을 확 잡아끌며 시작부터 강한 임팩트를 준다.

좀 더 들어가면 강천사를 거쳐 구장군폭포와 현수교(구름다리)로 올라가는 길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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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하늘에 걸려있는 구름다리 아래 풍경이 궁금했다. 불과 50m 위인데도 제법 높아 보였다. 데크계단으로 10분만에 다리위에 올라가니 단풍처럼 붉은색 철제다리가 스릴있게 흔들렸다. 시야가 트인 다리아래는 절정을 지난 단풍이 마지막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다시 80도 각도의 가파른 계단에 올라 좌회전하면 신선봉 전망대로 올라가고 우회전에 내려가면 구장군 폭포로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발 도장을 찍은 뒤 구장군폭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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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닥의 물줄기가 거대한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구장군폭포는 강천산의 ‘시그니처 풍광’이다. 높이 120m에 달하는 폭포는 풍수객들이 음양의 조화를 이룬 명소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만명의 탐방객을 끌어모어 순창 관광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황홀한 애기단풍과 구름다리, 폭포의 조화는 늦가을 강천산에서나 볼 수 있는 절경(絶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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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강천산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어머니가 날 낳아주시고 의사선생님이 날 만들어주셨네‘라는 성형미인의 유머처럼 대자연이 낳았지만 사람이 가꾼 산이다.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을 닳았다고해 용천산(龍天山)이라고 불린 호남정맥의 명산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가꾸지않았다면 지금의 강천산은 ‘군립공원’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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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름부터 달라졌다. 용천산에서 ‘작은 금강산’이라는 의미의 강(剛)과 천(泉)을 가져와 강천산이라고 개명했다. 또 1980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거대한 기암절벽이 양 옆으로 솟구친 골짜기 안에 단풍나무와 메타세쿼이어를 집중적으로 심었다. 골짜기 사이에 구름다리를 설치하고 여기에 자연에 인공미를 가미한 폭포도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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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에서도 받지 않는 입장료를 군립공원 강천산이 받는 것은 순창군이 그만큼 투자했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산을 곱게 채색하는 나무를 심어 ‘단풍명산’이라고 소문난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이젠 이곳 저곳 손을 대는 것 보다는 자연보존에 힘써도 될 것 같다. 강천산 자체가 훌륭한 자연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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