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준 May 03. 2022

'5월엔 이 길' 명품 걷기길 5선

봄은 꽃입니다. 4월과 5월은 온갖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화사한 봄날의 꽃 잔치를 벌입니다. 들꽃은 담벼락 밑이나 포장도로변, 텃밭 등에도 많이 핍니다. 그런데 진짜 가슴 저리게 멋진 들꽃은 높은 산에 더 많습니다. 모진 기후환경을 악착같이 극복하느라 형태가 독특하고 색감이 더 선명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5월엔 물오른 연둣빛 숲이 길을 풍요하게 장식합니다. 

트레킹카페 마이힐링로드가 선정한 5월의 명품길은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경북 청송 외씨버선길 2코스 ‘솔로시티길’ *전북 덕유산 봄꽃 능선 *강원도 태백 분주령 들꽃길 *전남 강진 다산오솔길입니다.  


'녹색 입은 몽환적인 숲' 강원도 인제 원대리 오월의 자작나무숲.


우리나라에서 자작나무숲은 쉽게 볼 수 없다. 남방한계선 북위 45도 이상에서만 볼 수 있으며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이 특히 유명하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순백의 눈이 쌓이는 겨울엔 시베리아 벌판이나 북유럽의 산간 마을을 연상케하는 낭만적인 숲이다

하지만 녹색 옷 입은 오월의 숲도 감탄을 자아낸다. 봄과 여름 사이 자작나무숲의 땅과 하늘은 초록으로 물들고, 곧게 뻗은 자작나무의 하얀 자태는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예쁜 연둣빛이 눈을 호강시키는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걷다 보면 황홀경이 따로 없다. 왕복 7km, 난이도는 중하. 

 

'전통문화와 느림의 미학' 경북 청송 외씨버선길 2코스.'슬로시티 길'


외씨버선길은 경북 청송~영양~봉화~강원도 영월을 잇는 13개 구간 240㎞의 장거리 트레일이다. 

전체 구간을 선으로 이으면 외씨버선을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 이중 2구간은 이름부터 자신 있게 '슬로시티'를 내세웠다. 2구간이 '슬로시티길'이란 이름을 얻은 건 느림의 미학을 가장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청송 읍내 심장부에 자리한 소헌공원에서 시작해 여유롭게 뻗은 용전천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현비암, 왕버드나무, 송소고택, 중평솔밭, 신기리 느티나무를 감상하게 된다. 이 길은 유서 깊은 문화와 느긋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명소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코스다. 편도 11km에 난이도는 중.


‘들꽃의 보물창고’ 강원대 태백 분주령 들꽃길



'대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비밀정원' '철마다 새로운 꽃을 피워내는 '산상화원' '그리고 100종 이상의 꽃이 서식하는 '들꽃의 보물창고' 대덕산(大德山,1307m) '분주령'을 표현하는 수식어다.

'설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울창한 산림과 시원하게 뻗은 능선에 서식하는 각양각색의 들꽃을 만나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분주령은 인제 곰배령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야생화 군락지다. 정상 부근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고산 초원을 이뤄 풍광이 무척 빼어나다.

멀리 은대봉과 함백산의 산줄기가 겹겹이 병풍을 이루고 구름이 산 정상과 능선을 감싸 안은 모습은 장관이다. 특히 초원 능선은 말 그대로 야생화 세상이다. 

꿩의 다리, 기린초, 터리풀, 홀아비바람꽃, 미나리냉이, 앵초, 노루오줌 등 귀한 들꽃들이 은은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이 곳은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미리 국립공원공단 탐방예약을 해야 한다. 편도 7km로 난이도는 중.


'사색과 명상의 길' 전남 강진 다산 오솔길 트레킹.

 

 

미술사학자 유홍종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제1권 첫 장의 무대는 전남 강진이다. 남도 끝자락에 있지만 매혹적인 풍경을 지닌 땅이다. 

역사의 숨결과 한이 서려 있는 강진은 ‘모란이 피기까지는’라는 시로 잘 알려진 詩人 김영랑의 고향이고, 다산 정약용이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며 실학사상의 토대를 세운 곳이다.

정약용이 매일 산책하던 다산 오솔길이 '남도 유배길 2코스' 사색과 명상의 길이다. 이 길에선 다산초당과 천일각을 만나고 넉넉한 갯벌이 있는 강진만을 굽어볼 수 있으며 백련사로 향하면 사람의 손때가 덜 묻은 녹차밭과 동백 숲이 마중 나온다.

5월엔 동백꽃이 땅에 떨어졌지만 꽃대궐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동백나무 수천 그루가 자태를 뽐낸다.

다산은 이곳을 거닐며 학문을 집대성했고 영랑은 토속적인 시어(詩語)로 아름다운 서정시를 탈고했다. 이들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길은 설렘을 준다. 편도 12km. 난이도는 중.


'들꽃이 춤추는 길' 전북 덕유산 초록 능선

 


덕유산(해발 1620m)은 겨울 설경과 눈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꽃도 지천이다. 특히 오월쯤이면 이곳 저곳 산재한 철쭉을 볼 수 있다. 

때깔이 은은한 연분홍 토종 철쭉이라 화려함은 덜하지만 대신 수수하고 소박한 맛이 있다. 무엇보다 덕유산 철쭉은 능선에 뿌리를 내린 천년 주목의 거친 질감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정상을 걸어 올라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설천봉까지 곤돌라를 이용할 수 있다. 설천봉-중봉-향적봉-백남동갈림길-등업경을 거쳐 안성탐방소로 내려오는 길엔 들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한 제일의 '뷰'도 있다.

 향적봉에선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 닭의 벼슬형상을 한 계룡산, 지리산 100리 길 주능선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등업경에서 안성탐방소까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때론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차분히 걷다 보면 덕유산의 깊고 넓은 산속에서 만나는 '안성계곡'의 청량한 물소리가 마음을 시원하게 적신다. 편도 10km에 난이도는 중상. 



작가의 이전글 화양연화처럼 다시 벚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