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해.

by 오늘도스리

네 살이 된 스리.

기본생활습관이 잘 잡혀있었고,

유치원도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져서,

애미는 “이제 다 키웠구나.” 싶었다.


어느 날 하원 길.

간식을 사달라는 스리.


“집에 가면 간식 줄게.”

애미의 한마디에 떼부림이 시작됐다.

집에 있는 간식들을 줄줄이 제안했지만,

울음의 강도가 더욱 거세진다.


길바닥에 드러눕기 직전.

아... 남의 집 아이 얘기로만 듣던 것이

내 눈앞에서 현실이 되어간다.

애미는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스리만 생각하자.

주변 시선은 신경 쓰지 말자.


“스리야~ 이렇게까지 속상하구나.

그런데 길에서는 엄마가 해결해 줄 방법이 없어.

집에 가야 간식도 있고, 쉴 수도 있어.

울고 싶은 것도... 집에 가서 하자. “


완강히 우는 스리를 그대로 끄집고 간다.


지나가며 한 마디씩 하는 어른들.

“예쁜 아기가 왜 울어~”

“엄마 말 잘 들어야지.”


그냥 지나가 주셔도 되는데...

애미의 바람과 달리

그들의 걱정은 스리의 귀에 꽂힌다.

울음을 삼키며, 애미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스리.


집에 도착하자, 눌러두었던 감정이 터진다.

더 크게, 더 오래 울어댄다.

이젠 왜 시작했는지도 잊은 듯,

울음은 이어지고 짜증으로 번진다.


“눈물이 아직 남아있나 봐.

다 나오면, 멈춰질 거야. “


애미는 달래지도, 회유하지도 않는다.

스리 스스로 멈추길 기다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울음이 잦아든 스리가 다가온다.


“엄마, 스리 왜 울었어?”


예전엔 몰랐던 이 질문의 뜻.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터져 나오는 울음.

다 울고 나서야 들여다보는 자기의 마음.

하지만, 혼자 정리하기엔 버거운 나이.


애미(쓰담쓰담)

간식 사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안 사줘서 속상했어?

스리가 배가 많이 고팠나?


스리(눈물 닦으며)

친구는 간식 사러 편의점 갔어.(훌쩍)


애미(토닥토닥)

아~ 친구가 간식 사러 가서, 스리도 사고 싶었구나.

근데 엄마가 집에 있는 거 먹으라고 하니까, 화가 났어?


스리(다시 눈물 글썽)

어. 나도 간식 사고 싶어.(뿌앵~)


애미(깊은 심호흡 & 연설모드 ON)

맞아. 친구가 사 먹으면, 나도 사 먹고 싶지.

스리가 간식 사 먹고 싶은 마음은, 엄마가 이해할게.

하지만 엄마는 그럴 때마다 사줄 수는 없어.

오늘은 준비해 둔 간식 먹자.

다음에 정해진 날에 간식 사 먹을까?


스리(배시시 웃는다.)

매일 못 사 먹는 거 나도 알아.

언제 사 먹을 수 있어?

... 오늘 간식은 뭐야?


눈물이 씻은 듯 사라진 스리와 간식을 먹는다.

문득 스치는 생각.


애미(연설모드 재가동)

스리야, 속상하면 길에서 울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

크게 울고 싶으면... 집에서 하자.

그리고 지나가는 어른들이 한 마디씩 하시는데,

그런 말 듣는 너도 기분 안 좋지 않아?


스리(와구와구 씹으며)

난 그런 말 들어도 괜찮아.

엄만 안 괜찮아?


... 헉!

스리만 보기로 했는데,

나만 눈치 봤구나.


그리고, 이 날을 시작으로

스리의 울음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강도 높은 울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