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과일도시락

by 데이지

그녀가 가을이 왔다고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집집마다 담장너머로 붉게 익어가는 감을 볼 때다. 감은 아삭아삭 과하지 않은 단맛이 좋고, 크게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큼한 홍시도 좋다.

벌써 가을이구나! 그녀는 가을을 느끼며 과일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크고 나서는 식구들이 함께 밥을 먹거나,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과일을 먹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그녀는 학교에서 점심과 저녁 급식을 먹고, 야간자습에 독서실까지 갔다가 밤 12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오는 딸들에게 학교에서 먹으라고 과일 도시락을 싸 주고 있다.

그녀는 가게 안 과일을 둘러보았다. 붉은 홍로사과, 감귤, 토마토, 머루포도 그중에서 단감이 눈에 들어왔다. 한 팩을 들어 바구니에 넣으며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몇 년 전 이맘때쯤 남편이 퇴근길에 검은 비닐봉지에 감을 들고 들어왔다. 친구를 만나 술 한잔하고 주길래 가지고 왔다고 건네줬다. 봉지 안에는 감이 대여섯 개 들어 있었다. 그녀는 아침에 과일 도시락을 싸주면 되겠다 싶어 주방 한편에 놔두었다. 다음날 감을 깎아 도시락을 싸 딸들 가방에 넣어 주고, 몇 개 남은 감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큰 딸은 감을 좋아하고, 작은 딸은 별로다. 도시락의 내용을 묻길래 말해주는 대신, 학교에 가서 먹을 때 보라고만 했다. 딸들은 학교로 그녀는 회사로 출근을 했다.


"엄마, 감이 이상해 떫어!" 저녁에 큰딸이 도시락을 꺼내며 말했다.

"그래? 그럴 리가 없는데, 아빠 친구가 준거라고 했어."

큰 딸은 친구랑 나누어 먹다가 떫어서 혼자 다 먹었다고 하고, 둘째 딸은 친구들이 먹다가 떫다고 하니 못 먹겠다고 그냥 가져왔다고 했다.

둘째는 도시락을 열어 좋아하지 않는 과일이면 손도 안 데거나 하나정도 먹고, 나머지는 친구들이 먹었던 모양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며 그녀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감을 꺼내 잘라먹어 봤다. 떫었다.

몇 개 안 되는 감을 친구가 줬다길래 당연히 단감을 준 줄 알고, 딸들에게 싸준 것인데 땡감일 줄이야. 그녀는 퇴근하는 남편에게 누가 준 감이냐, 친구 누구냐고 물어보며 당연히 단감인 줄 알고 도시락을 싸줬는데, 땡감이었다 말하며 땡감을 다 먹고 온 큰 딸에게 왜 그랬냐며 한바탕 웃었던 적이 있었다.

큰딸은 떫었지만, 먹어도 되니까 엄마가 싸준 것이라고 생각해 먹었다고 한다. 미련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빈 도시락을 설거지하는 엄마 마음을 헤아린 것인지 모르겠다.


그녀는 감과 몇 가지 과일을 계산하면서 과일가게 사장님께 단감이 맞는지도 잊지 않고 확인했다.

담장 너머로 익어가는 감을 보니 문득 그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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