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만함을 떨쳐버리는 훈련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연회비까지 끊으며 일 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겠노라 장담했던 나의 요가반 반수업을 한동안 가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난, 운동은 미래에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노년에 쓸 만기적금 같은 것이다. 한동안 마음을 다잡고 꾸준히 다닐 때는 나도 운동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나 할 정도로 한 시간 수업을 수월하게 따라 하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그 마음도 오래가지 못해, 매번 갈 때마다 내적갈등에 시달린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저런 비루한 변명을 찾아 한 번 두 번 빠지다 보면,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느슨해진 나 자신을 보며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불안감과 지난번 연회비 완불한 내 피 같은 돈이 너무 아까와 속이 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수업장 안까지 들어가는 건 우주여행준비라도 하는 사람처럼 너무 멀고 험하다. 이렇게 넋 놓고 불안해만 하고 딱히 행동에 이르지 못하는 갱년기 아줌마를 보다 못한 남편이 나에게 제안을 한다. 아침에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자기만 따라오라고 한다. 모든 준비는 자기가 다 할 테니, 일어나서 옷만 갈아입고 나오면 된다고... 그런 남편 덕분에 오늘 아침 갱년기초반의 길을 떠나는 내 천근만근 몸뚱이를 이끌고, 주섬주섬 옷만 주워 입고 차에 타서 요가스튜디오로 향했다.
교실에 들어가기 바로 전, 남편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엄지 척을 수건 아래로 치켜세우더니 조용히 귀에 대해 살아남기를 바래.. 하며 장난기 있는 웃음을 뒤로하고 거울 앞으로 향한다. 난 40도 가까운 열기가 너무 두려워 문가쪽으로 매트를 피고 한 십 분 정도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선생님을 기다렸다. 요가가 시작되고 아니나 다를까 한동안 안 한 매 몸은 먼저 알아차리고, 어설픈 호흡으로 번번이 무너져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을 하면서 요가를 따라 했다. 와 한 달 정도 쉬었다고 이렇게 저질체력이 바로 되는 나를 보면서, 이 순간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시원한 물 한 모금, 시원한 바람 한줄기만 있으면 살 거 같았다. 일상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에 맞닥뜨리며 고민하고 분개하고, 힘들어 한 내가 참으로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그 순간에는 그게 전부일 거 같아 모든 걸 다 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그런 순간들은 또 스멀스멀 나도 모르게 올 것이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하나하나 선생님의 지도에 맞추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막바지에 다다른 나를 만나고, 마지막 호흡을 끝으로 모든 과정이 끝나고 숨을 고르고 천장을 보고 한동안 누워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할만했다... 잘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힘든 순간의 끝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난 이 고비를 넘기고, 샤워실에 가서 간혹 차가운 물로 간단히 샤워를 한 다음 바람 한줄기 물 한 모금이 아닌, 한없이 넉넉한 바람줄기들과 집에서 받아 온 물 한 병을 나 혼자 다 누릴 수 있는 부자가 된다.
한 시간 동안 나를 궁지에 몰고 그 안에서 진정 귀한 것에 대해 사색하게 하며, 동시에 나라는 존재라 한없이 연약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과정 속에서 조금은 강해진 나를 수련하며, 가 과정을 통해 내가 조금씩 강해져, 더 어려운 난관이 다가올 때, 그게 전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재고하는 훈련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정기적으로 나 자신을 궁지에 모는 훈련의 시간은 참으로 값진 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난 좀 더 다듬어지고, 나를 내적으로 단단하게 감싸주는 보호막을 형성해 준다는 생각을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우리의 일상을 보내다 보면, 우린 어쩜 보이지 않는 소중함에 대해 잊고 사는 듯하다. 한없이 교만하고 오만하려는 기질이 다분한 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도전을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내가 하기 싫은 운동을 하면서 간간이 되새기는 훈련은 나를 조금은 교만하지 않은 인간의 길로 안내해 주는 것 같다. 내일도 남편이 가자고 하면 순순히 따라가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