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ChatGPT 같은 AI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나는 글을 쓰고 난 후, AI를 통해 맞춤법을 확인하거나 오타가 없는지 체크한다.
때로는 어색한 표현을 수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AI를 사용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AI에 의지하면서 글을 써도 될까?"
이제는 AI가 우리 생활에서 널리 자리를 잡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다.
궁금한 건 AI에 물어보면 바로 대답해 준다.
대학의 과제를 AI로 작성하는 사람도 있고, 독서감상문도 AI가 쓴 걸 제출하는 학생이 있다고 한다.
편리한 물건을 잘 쓰며 삶을 풍요럽게 만드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AI에 너무 의지하면 오히려 우리 삶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과제도 숙제도 우리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것이고, 결과에 상관없이 '스스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도 AI가 쓰면 자신이 쓴 글보다 훌륭할 수도 있지만, 그 글에는 "내"가 없을 것이다.
작가가 되려면 정학한 말과 문법을 쓰고, 가독성이 있게 매끄럽게 쓰는 게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건 '나만의 색깔'이 아닐까.
"인간이 쓴 글과 AI가 쓴 글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AI에게 물어봤다.
AI의 글은 매끄럽지만, 손끝의 체온은 없다.
사람의 글에는 흔들림과 숨결이 있고, 문장 사이의 여백마저도 이야기를 건넨다.
글을 쓸 때 중요한 건, "이건 나의 목소리일까?"하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아무리 깔끔하고 예쁜 말로 구성된 글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내'가 없으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순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편리한 도구가 많아 스스로 생각하는 걸 포기하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걸려도 귀찮아도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서투른 글을 써 가려고 한다.
대학에서 처음 볼 중간고사 날이 다가왔다.
중간고사...... 이 말의 울림이 그리웠다.
40대가 돼서 중간고사를 보는 날이 오다니......
시험날, 배가 아파서 몇 번이나 화장실에 달려갔다.
이렇게 긴장된 일은 오랜만이었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괜찮아!"
"결과가 다 아니야. 배움의 과정이 중요한 거야!"
머릿속에서 작은 내가 나를 자꾸 달랬다.
그래도 배는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진정되지 않았다.
시험을 망치면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은, 그런 낯선 긴장이었다.
마지막에 한 번 더 화장실에 가고 난 후, 눈을 감고 크게 숨을 쉬었다.
이제 시작이다!
첫 번째 시험은 "한국어어문규범"
한국 사람도 헷갈리기 쉬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을 다룬 과목이다.
첫 문제를 본 순간, 머리가 일시정지했다.
어... 이런 건... 배웠나?
친구를 기다리다가 뜬금없이 낯선 사람이 나타난 것처럼 당황했다.
(생각보다 어려운데...)
솔직히 비교적으로 쉬운 문제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시험문제는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원래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
핏줄인 가족을 잘 이해하는 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타인'을 이해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문제는 20문, 시험시간은 30분.
여유 있게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시간은 빛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끝났다......
결과가 걱정인데도 무사히 시험을 쳐서 홀가분했다.
아직 2과목 시험이 남아 있지만, 일단은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다.
다음날, 시험 결과가 나왔다.
점수는 80점. 평균점수는 85점이었다.
나름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시험공부도 제대로 했는데......
사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의 다 목적지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 속도는 느린 것 같았다.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있었다.
"더욱더 시험 공부해야지!"
다음 시험은 꼭 만점을 따고 싶었다.
여러 번 교안을 왔다 갔다 하며 중요한 부분을 열심히 머리에 밀어 넣었다.
시험날, 지난번에 비하면 배도 조용하고 마음도 차분했다.
그래도 약간 떨리면서 시험을 시작했다.
어제 확인한 내용이 나와서 비교적으로 술술 문제를 풀어갔다.
이번이야말로 만점을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 떨리면서도 기대로 가득 찬 마음으로 시험 결과를 확인했다.
점수를 본 순간, 힘이 빠졌다.
90점.
공부가 모자랐던 걸까? 아니면 내가 잘 못 이해했던 걸까?
애초에 내 머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내용이었던 걸까......
평균점수가 82점이라 절대 나쁜 결과가 아니지만, 기대를 넘어갈 수 없었던 게 속상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실력 이상의 결과는 나오지 않지.
어떤 점수라도 그게 내가 서 있는 위치이고 능력이다.
순수히 받아들어 여기서 다시 걸어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 시험.
지난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어서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시험이 전부가 아니다. 그것보다 배움의 과정이 중요한 거다......
단단하게 문을 열고 시험 세상에 들어갔다.
눈앞에 나타나는 한글을 하나하나 곱씹며 꼬박꼬박 답을 찾아갔다.
지금까지 배운 지식의 바다를 해엄치듯 내 능력을 발휘했다.
4분의 시간을 남겨 나는 시험 문을 닫았다.
다음날.
기대하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번이야말로 만점일지도 모르니까.
결과를 보고 싶은 마음이 반,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반.
한번 신호흡을 한 후, 결과 페이지에 들어갔다.
"100"
미로 속에서 드디어 출구를 찾은 것처럼 안도가 나를 감추었다.
해냈다. 잘 됐다. 잘했다!!
결국 가장 즐겨 들었던 과목이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아, 맞다.
노력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문이 있다.
즐거움이 열쇠가 되어, 뜻밖의 문을 열어주는 순간도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노력하기보다 즐기자!
이제 또 새로운 문이 열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