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렸던 마음속에서 나만의 글을 찾아가는 여정
소설을 쓰는 일은 재미있다.
책을 읽을수록, 나도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어떻게 소설을 써야 할지.
그래도 손이 움직이는 대로 써본다.
어떤 인물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사고를 경험할지 나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쓰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인물이 만들어지고, 시간도 흘러간다.
어느 날, 손끝이 멈추자 불안이 나를 조용히 감쌌다.
더 이상 쓰지 못할 거 아닐까?
나는 소설을 쓰는 재능이 없는 거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 글은 나오지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안에서 말과 감정이 하나하나 사라져버리는 것 같았다.
소설을 쓰다가 손이 멈추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건 아마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유명한 작가들도 그런 순간을 겪었을 테니까.
어쩌면 글이 막히는 건 "좋은 글"을 쓰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등학생 시절, 최연소로 등단한 일본 작가 와타야 리사는 한동안의 부진을 겪은 뒤 "처음부터 만점을 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도달했다고 한다.
아무리 엉망진창인 글이라도, 일단 써 놓고 나면 다시 다듬어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이제 막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내가 글을 술술 이어가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소설을 쓰는 방식은 작가마다 다르다.
처음부터 플롯을 꼼꼼히 세우는 분도 있고, 쓰면서 생각하는 작가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쓰면서 생각한다고 한다.
일단 써보고 여러 번 고치면서 이야기를 완성한다.
나도 그렇게 쓰는 게 편한 것 같아, 자세한 부분은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손이 가는 대로 써보기로 했다.
멈춰 있던 손이 다시 힘을 얻은 듯,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인인 내가 한국의 대학에 입학해 나름 열심히 배워왔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어휘가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표현력도 문장력도 아직은 서툴다는 현실과 마주했다.
어느 날,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학우님은 문장력이 있는 분입니다.
한국어 구사 능력도 우수하지만, 문장력 자체가 있는 분이어서 좋은 소설을 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서툴러도 부족해도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열매가 싹틀 날이 오겠구나.
아직 꽃이 활짝 피기엔 멀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기미가 없어도 내 안에서는 분명히 작은 씨앗이 자라고 있다.
교수님의 말이 나를 달래고, 자신감을 갖게 해주셨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좋은 글을 읽을 때 어떤 마음이 될까?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내가 글을 쓸 때 참고로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훌륭한 글을 읽을수록 자신감이 작아진다.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그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얼마나 글을 쓰면 그 사람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쓴 글은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한 단순한 글자가 그냥 나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상에는 많은 책이 존재한다.
서점에서 숨 쉬는 작품도 있는 반면, 오랫동안 누군가의 서랍에서 갇혀 있는 글도 허다할 것이다.
나는 그런 글을 읽어보고 싶다.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서랍 속에 묻힌 친구 같은 글들을.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작품도 누군가가 공들어 쓴 하나의 영혼이니까.
아직은 어떤 정체성도 갖지 못한 내 글이지만,
언젠가 성숙한 하나의 존재로 자라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