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닭계장

미안하 닭

허둥거리 닭

by 유재복

퇴근하려고 옷 갈아입고 나오는데 전화가 왔다.


"oo철재에서 각관 싣고 가는 기산 데요"

"그런데요?"

"아무래도 퇴근 시간 지나 도착할 것 같아서 전화드렸습니다."

"지금 어딘데요?"

"출발은 진즉에 했는데 오다가 차가 고장 나서 출장 불러서 이제서 고쳤네요. 한 30분 더 걸릴 것 같은데 좀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내일 아침에 오시죠"

"제가 용차라서요...... 내일 아침 짐 받아놔서 오늘 내려가야 돼요.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기다렸다.

(우리 공장은 야근, 특근 금지구역이다. 아내는 사장이 아니라 노조위원장이 어울린단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 파이프 가득 실은 트럭이 도착.

아무래도 3.5톤 지게차로는 안 되겠어서 닭계장 올라가 있는 7톤 지게차 시동을 켰는데도,

닭계장 내려 오질 않는다.

손을 내밀어 쫓아내니 후드득 날아 내려오기는 했는데

허둥지둥, 종종걸음으로 어찌할 줄 모르고 움직이는 지게차를 따라오더니

기사가 바 끌르는 것 기다리는 사이에 다시 올라탄다.

손 내밀어 휘휘 저으니 저렇게 딱 웅크린다.


지게발 가운데에 낀 닭그림 한 장이 시야를 가리고

오르내리는 체인에 닭 건드리는지 살피고,

닭계장은 엘리베이터 탄 것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결국은 철재 제 자리에 쌓아놓지도 못하고 대충 내려놓고

한 구석에 지게차 세우고 시동을 껐다.


그제야 웅크린 고개를 들었다가 움직여 취침모드로 돌아앉는 닭계장.





몰랐다.

동공이 고정이라 밤이 되면 야맹증이 된다는 걸,

장님에게 야간경비를 시키다니......


미안하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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