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입구에서 주차비 받는 아주머니가 이렇게 인사를 한다 비 내리는 주차장은 휑하니 비었고, 비닐로 약초 덮어둔 노점의 할머니도 달랑 두 분 낙엽처럼 바닥에 오그린 채 붙어있다
11월의 끝자락, 찬바람에 이미 패색 짙은 가을은 산을 넘어갔고 패잔병, 몇 그루 단풍나무들이 힘을 다해 마른 잎을 쥐고 있을 뿐, 산정은 중년의 두피처럼 휑하다 햇빛을 향해 욕심껏 사방으로 뻗었던 가지들이 비에 젖는다 드러난 욕심은 검게 번들거린다
선암사의 시계는 멈춰 있다 비 내리는 절 마당에 인적은 드물다 모퉁이마다 색 바랜 나를 세워두고 천천히 움직이다 단청의 낡은 색 어디쯤 걸려 딱 멈춘다 색 다 벗겨진 단청을 덮은 오래된 기와에서 오래전에 내린 것 같은 빗방울 하나가 천천히 떨어져, 오래 멈춰 있는 목덜미를 놀라게 한다
글쎄 뭐 헐려고 왔을까?
뭘 덜려고........
순천에 가면 선암사에 간다.
와온해변에서 한가한 조정래길을 따라가며 계절의 깊은 속을 따라가다 보면 더 깊어진 선암사 길을 만나게 되고 드디어 절에 들어서면, 아무도 손대지 않은 멈춰진 시간 속에 갇히게 된다.
늘 바빴던 시간을 덜컥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멈춰진 시간의 공기를 흩트려 놓으며 떠들며 지나가지만 어느 절마당 뒤쯤에서 내 시간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잘못 데리고 온 지난 시간은 몰래 놔두고 절을 나올 수 있다.
사진은 (어느 중년의 고독)이라는 제목으로 송원일 작가 사진전에 걸렸던 작품인데, 고독은 개뿔.....ㅎ
사실은 승선교 아래에서 닥터피시처럼 낯선 사람 경계하지 않는 버들치들에게 발가락을 내맡기고 있던 여름 사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