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재복 Sep 09. 2023

누름돌



가슴에 큰 돌 하나 얹혀 있다고 했다

손을 맞잡았을 때 그 무게와 습기가 함께 전해졌다

짠물 밖으로 떠오르지 못한

그의 지난 시간은

오이지처럼 쪼글쪼글했다


그의 세상은 늘 납작하고 아슬아슬했다

굽혀 내려다보던 허리를 펼 때라야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늘 무거운 걸음은 그를 먼 데로 데려가지 못한다

무거움은 늘 시선을 낮게 했고

그 시선은 낮은 곳에서 새어 나오는

낮은 얘기에 귀 기울이게 했다

착한 이들의 여러 개 마음을 겹쳐 담은

그의 가슴의 돌은 더 무겁다


슬픔 끝까지 가 본 사람만이

거기 어디쯤 가고 있는 사람 마음을 안다고 했다

빛이 가려도 하늘엔 늘 별이 떠 있고

풀벌레가 아니어도 풀벌레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슬픔은 착하다

착해서 그는 슬프다

언덕에 나란히 앉아 얘기하는데

그가 또 먼 곳을 본다

둥글게 휘어진 그의 등


사막은 물을 찾지 않는다

모래바람이 불지 않아도

낙타의 눈은 젖어 있다






세상이 환한 건 우리 근처에

별들이 숨어 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쉿,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