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언제부터 어른이었습니까?
내가 나로 산다는 것
번듯한 어른이란 뭘까? 막연하지만 확실한 이미지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30대. 대리 직급의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단정한 오피스룩을 갖춰 입고, 큰 회사 빌딩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는 아무개의 모습. 결혼할 사람도 있고, 작지만 자가 집도 있고, 자차도 있고, 적금도 꼬박 꼬박 넣는 너무나도 둥그런 인생. 물론 실제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내겐 그저 저 세상 판타지다. 나는 이제 번듯하게 살아야 된다는 것에 대한 압박을 버릴 시기를 맞이했다. 모든 사람이 번듯하게 살 수 없으며(애초에 ‘번듯하다’는 말도 허상 아닐까?), 똑같이 야무지게 살 수도, 그리고 꼭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이러지 않아도 된다’ 는 자기 확신은 단기간에 얻기 쉽지 않다. 우리는 무수한 시간 동안 ‘그래야만 한다’는 교육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받아 왔기 때문에. 혼자서, 가장 조용한 공간에서, 그리고 맑은 정신 상태에서 내가 정말 바라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마구 일그러진 다각형이 떠오른다. 그럼 그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억지로 둥글게 깎여 나간 우리만의 부분을 되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전에 잃어버린 각자의 꿈과 기억을 불러낼 시기이다. 우리들에게는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이 충분히 있다(짬을 내 보세요.).
‘나 같은 사람’ 이 있어야 이 세상이 재밌는 것이다. 얼마 전에 지은 내 좌우명이다. 누가 뭐래도 나란 사람은 나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섣불리 나 자신을 어느 굴레나 틀에 밀어 넣어 맞추려 하지 말아야 한다. 억지를 잠시 멈추고 내가 과연 지금 무슨 짓을 하며 살고 있는지 진득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본인만의 정립된 가치관이 있고, 그것을 생각이 다른 타인과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을 갖춘 사람이다. 더 나아가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줄 알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해내는 것. 이것은 결코 판타지가 아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도 만 29세, 이제 슬슬 어른이 되어 볼까 하고 준비 중이다.
2021년 7월은 내가 빈티지 사업에 다시 뛰어들기 시작한 때다. 휴학과 공백기, 정신과 치료 등 도태와 실패의 연속이라고만 생각했던 과거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전환하고 다시 태어난 시점이기도 하다. 내 여력이 받쳐주는 한, 나는 리본쇼룸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핵심 가치를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종래에는 시장성을 인정받지 못해서 사업이 망하더라도, 나의 리본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