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2025년 마지막 월요일

혼자는 어려워

살면서 이렇게 까지 혼자 있던 시간이 없었다.

틈만 나면 약속을 잡고, 할 일을 찾아 나돌아 다니기 바빴던 나였는데. 최근에는 미리 잡아 놓은 약속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고,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간다.


막상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잘 놀면서 나가기 까지가 참 오래 걸린다. 그리고 놀다 보면 너무 피곤해진다. 에너지가 금방 고갈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근데 또 혼자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생각이 많아진다. 할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모순 속에 갇혀 있다.


웃긴 건 남편과 같이 있을 땐 그렇지 않다. 함께 가만히 누워서 티비를 보는 동안에 어떤 압박감도 불안감도 없다. 함께 쉬고 있는 그 순간이 좋다.


더 웃긴 건 오늘 선배네 강아지와 둘이 있을 때였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 계획이었는데 비협조적인 개는 똥책만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발을 씻겨주고 정리한 뒤에 소파에 잠시 누워서 강아지 코 고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눈을 떠 보니 2시간이 훌쩍 흘러 있었다. 강아지와 함께 있는 게 편안했던 것 같다.


내가 편안한 공간에 편안한 존재와 함께 있는 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안정감을 준다. 또 언제 누릴 호사일지 모르니 충분히 잘 누려보자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