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복귀
여행에서 돌아왔다.
돌아오니 벌써 3월이 끝나 있었다. 무섭게 시간이 빨리 간다.
캐리어는 신발장에 그대로 두고 씻은 후 곧장 뻗어 버렸다. 긴 비행시간과 야간 오로라 투어, 낮엔 걷고 또 걷고 거의 극기 훈련급 일정은 살짝 집을 그립게 했다.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댄싱 오로라를 떠올리면 벅차오르는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아름답다, 경이롭다 같은 표현으로는 절대 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순간이었다. 화려하고 우아하고 고흑적인 하늘이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다.
오래오래 이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가야 한다.
눈 뜨자마자 캐리어를 풀고 짐을 정리하면서 세탁기만 다섯 차례 돌려야 했다. 겨울 옷이 한가득이라 정리하는 데 한세월이었다. 장거리 비행 탓인지 허리가 아파 더 힘들었다.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한국을 떠나는 날 오전에 병원에 갔다. 약을 줄이기는커녕 더 먹어보기로 했다. 그날 선생님께서 고정적인,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 집중력이 분산되는 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 돌아오면 확실한 루틴을 만들기로 다짐했다.
계획표를 작성해야겠다. 평생을 24시간짜리 원을 그리며 계획표를 만들며 살아왔다. 매주 7개의 원을 그리고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그대로 살았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느 순간,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경험하고 허무함을 느꼈다. 한 순간 부질없이 무너진 세상에 굳이 노력을 더할 필요가 있을까. 아마도 이때부터 살아지는 대로 살기로 한 듯하다. 그래서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잘 이겨내기로 마음먹었고, 더 잘 살아보기로 했으니 계획표를 짜야겠다. 하루에 5시간은 고정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메인은 공부, 서브는 운동이다.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매일매일을 집중해서 살아보도록 하겠다.
언젠가 또 만날 댄싱 오로라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