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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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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Jun 22. 2023

회상 6

군대 이야기 3

  죽음을 초월해야 한다는 공수교육이 시작되었다. 정말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여름 8월을 나는 죽을힘을 다해 공수교육을 받았다.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첫 시간은 PT 체조로 시작한다. 체조가 아니라 완전 초 죽음 녹초를 만들어 놓는다. 그런 후 구보를 한다. 완전하게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구보는 죽음이다. 체력이 약한 훈련병이 뒤로 쳐지면서 쓰러지려 하자 여군이 뒤에서 밀며 뛰고 있다. 특전사를 지원한 여군은 엄청난 정신력과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휴식은 필요 없다. 가장 중요한 기본동작이다. 기본동작은 무한 반복 훈련이다. 공중에서 돌발 상황이 생겨도 무의식적으로 동작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반복 훈련을 하는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8자 돌기였다.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쉬는 시간 없이 8자를 돌면서 비행기 이탈 및 착륙 동작까지 구보를 하면서 반복한다. 오전 교육을 마치고 중식 시간에 이동 중 나는 기절을 하고 말았다. 전우들이 나를 들어서 냇가에 던져서 깨어났다. 


     

  마지막 막타워 교육이다.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11미터 높이에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뛰어내리는 훈련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죽어도 뛰어내릴 수 없는 곳이다. 그런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그곳을 오르는 계단은 온갖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주어지는 얼차려는 정신을 하나도 없이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모형 비행기 입구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니 고통이고 머고 까마득한 높이에 짓 눌려 오금이 저려온다. “복창한다. 애인 있습니까?” “ 어머니를 불러 봅니다” 아무리 함성을 질러 보아도 두려움은 그대로이고, 결국은 누군가 뒤에서 발길로 차 버린 뒤 뛰어내려야 했다. 

  막상 떨어져 보니 별거 아니었다. 그 후로는 정확하게 뛰어서 일만, 이만, 삼만, 사만, 산개검사, 기능고장, 하나, 둘, 셋, 넷, 산개검사까지 외치며 동작을 완성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전우들은 조교들의 구타가 시작된다. 엉덩이에 빠따를 심하게 맞아 앉지를 못하는 전우들이 있다. 다행히도 나는 자세를 잘 익혀서 무사히 막타워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이제는 실전이다. 첫 강하 훈련이다. 두려움에 핏기 없이 하얀 얼굴을 한 전우들과 곳 주저앉을 거 같이 낡은 육군 수송기 C-123기에 몸을 실었다. 요란한 엔진소리와 둔탁하게 흔들리는 동체가 더 두려웠다. 왜냐 하면 바로 앞 기수 선배들이 안타깝게도 비행기 추락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사건이 있었다. 그 선배들의 따블백을 내 손으로 정리를 했었다.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우리는 배운 그대로 생명줄 고리를 비행기 연결선에 걸었다. 강하 조장의 수신호에 두려움 없이 뛰어내렸고 숨 막히는 바람과 함께 낙하산은 내 몸을 끌어당겼다. 낙하산이 펴졌다. 나는 살았다. 그리고 바람 따라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날았다. 살았다는 짜릿함과 함께 무사히 공수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공수교육 수료식을 하며 그 자랑스러운 공수 윙을 가슴에 달았다. 기본 강하 4회를 마치면 공수부대 정예 요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입대 후 처음으로 외박을 부여받았다. 그것도 보무도 당당히 공수부대의 특징인 짬뿌복에 검은 베레모를 눌러쓰고 말이다. 가슴에는 마이 가리 계급 병장을 달았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이 내가 나를 봐도 너무 멋있는 것이었다. 부대 밖의 세상은 온통 새로웠다. 내 세상이었다. 어느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오는 그 하루는 가슴 벅찬 멋진 사나이였다. 그런 늠름한 모습으로 고향 부모님 앞에서 인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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