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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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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Jun 21. 2023

회상 5

군대 이야기 2


  논산훈련소에서 교육 기간이 끝나갈 무렵 각자 부여받는 주특기가 나온다. 하루 교육을 마치고 내무반에서 전우들이 웅성거리며 떠든다. 주특기를 받고 어느 부대로 가는 것인지 알지를 못해 궁금한 것이다. 나는 [160 주특기] 전우들이 전방 기갑부대 같다고 이야기하니까 내무반장이 오더니 “야 160은 특전사다” 하고 지나간다. 순간 160 주특기를 받은 전우들의 얼굴이 굳어버리고 만다. 나는 특전사가 어딘지 몰라서 다시 물었다. 

“야! 특전사가 어디야?” 하니까 누가 말한다. “특전사가 어디긴 어디야 공수부대지.” 나도 순간 멍해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야 한다는 그리고 그 무시무시하다는 공수부대를 가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날 밤은 공포와 걱정으로 한숨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매형이 찾아왔다. “처남 주특기 머 받았어?” “160인데 특전사라네.” 순간 매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더니 말없이 돌아가버렸다. 

  그리고 교육을 마치고 논산훈련소를 떠나는 날, 매형이 찾아오고 연무대 기차역까지 갔는데 기차 창밖으로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는 기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었다. 공수부대로 가는 나를 바라보며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옆에서 매형이 나를 위로한다고 이말 저말 주저리 떠들고 있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떠난 후 아버지는 매형에게 몹시 나무라셨다고 한다. 그렇게 열차는 출발하고 어느덧 서울 용사의 집에 도착하여 우리를 데리러 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전사 병력 집합! 우리는 군용 트럭에 올라타고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 한복판을 달리는 트럭에서 두려움에 떨며 웃음기 사라진 전우들의 얼굴을 마주 보고 목이 터지라고 군가를 부르며 낯선 부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공수부대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앞에는 정말 무시무시한 광경들이 목격되었다. 어떤 병사 하나가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는 것이 아니라 질질 끌면서 걸어가고 있었고, 누군가는 튼튼한 몽둥이를 한 손에 들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있었다. 살벌한 현장을 바라보며 시커먼 막사 안으로 들어가 군장을 푼다. 조금 있으니 누군가 서너 명이 들어와 군기를 잡는다. 단풍하사(정식 하사 임관 전 계급 상단이 빨간색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모병 하사들이었다. 얼굴은 앳되어 보이는데 군기를 잡는다고 하더니 한 녀석이 무어라고 한다. “ 꼽냐? 꼬면 느그 할매 배때지서 겨 나오지 씨발노마.”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것이 군대인가?


      

   공수교육을 받기 전까지는 대기병이라고 한다. 대략 2주 정도를 대기병으로 있었던 거 같은데 주로 식당 청소를 많이 했다. 한 번은 식당 청소를 다 하고 났는데 다시 식당으로 집합하라고 하더니 청소 불량이라고 관리 하사관이 엎드려 뻗쳐 시켜놓고 삽자루로 때리기 시작하는데 맞아 죽는 줄 알았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맞기 전인데 따라오라고 하여 따라갔더니 나를 어떻게 알았는지 고향 선배라고 했다.(전역 후에 수소문 하여 만났는데 학교 1년 선배였다.) 정말 지옥에서 구원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또 한 번은 식당 사병이었다. 키도 작고 아담한데 주먹으로 가슴팍을 때려서 그냥 네가 치면 얼마나 세게 치겠니 하고 맞았다가 정말 그 자리서 폭 고꾸라졌다. 그 후로는 침상에서 누울 때 뒤로 누울 수가 없었다. 뒤로 누우면 가슴이 뻐개지는 통증으로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다. 겨우 앞으로 누워서 몸을 옆으로 굴려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죽을 만큼 아프지만 누구에게도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혼자서 끙끙 앓고 이겨내야만 했다. 다행히 공수교육을 받을 때는 가슴 아픈 것이 어느 정도 괜찮아서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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