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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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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Jun 29. 2023

회상 7

군대 이야기 4

  공수 기본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는 진정한 특전사 요원이 되기 위한 8주간의 특수전 교육이다. 특전사는 전쟁 발발 시 적 후방으로 침투하여 적 교란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적의 심장부로 침투한 후 살아남기 위한 각종 생존 훈련이다. 생존뿐만 아니라 적을 제압하는 살상훈련도 병행하는 것이다. 각종 주특기별로 화기, 정작, 의무, 폭파, 등 다양한 전술 훈련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훈련이다. 우리가 흔히 전쟁 영화에서 보는 것들이다. 특히 우리가 기억하는 영화 “람보” 시리즈는 잘 훈련받은 군인이 악조건 속에서 엄청난 적들을 상대로 혼자서 살아남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런 군인을 만들어 내는 훈련인 것이다.  

   

  그런데 공수 훈련은 말 그대로 완전히 몸으로 때워야 하는 반면, 특수전 교육은 완전히 대학교 강의를 받는 것과 같았다. 학과 교재를 받고 가방을 들고 교육실로 들어가 책상에 앉아 교관으로부터 이론 교육을 받는다. 완전 졸음과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졸음을 참지 못하고 졸다가 걸리면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특히 일명 불독이라 칭하는 교관은 옆에 있는 전우에게 혹독한 체벌을 가한다. 졸고 있는 전우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일주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이다. FTX(Field Training Exercise)종합 전술 훈련이다. 그동안 배웠던 것을 토대로 하여 일주일 동안 완전 군장을 하여 행군을 겸한 각종 훈련을 수행하는 것이다. 

     

  나의 군 생활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기간이었다. 경험이 없었던 나는 부대에서 지급하는 기본 장비들만 챙겨서 훈련을 떠났다. 다른 전우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개인 침낭을 구해서 군장을 꾸렸다. 10월 초겨울은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다. 깊은 산속은 더 춥고 서리가 내렸다. 다른 전우들은 침낭 속에서 따뜻하게 잠을 자는데 나는 침낭을 구하지 못해 군에서 지급하는 모포만을 의지해야 했다. 너무 추웠다. 그리고 아침이면 군화는 꽁꽁 얼어서 딱딱했다. 오랜 행군으로 발바닥은 온통 물집이 잡혀 속살이 드러나고 있었다. 꽁꽁 얼어버린 군화에 퉁퉁 부은 발을 집어넣어야 하는 고통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나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 술과 담배를 다 끊었었다. 그런데 행군 중 휴식을 하면 전우들이 피우는 담배가 피우고 싶어진 것이다. 담배를 피우면 고통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담배를 끊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견디기 위해 나는 담배를 선택하고 말았다. 전우들의 담배를 얻어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 날이다. 저 산만 넘으면 부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래도 작은 희망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다. 발바닥은 온통 물집이 잡히고 새끼발가락은 홀딱 벗어져 벌건 속살이다. 너무 견디기 힘들어 진통제를 다섯 알을 털어 넣었다. 그러나 통증은 조금 완화될 뿐이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먼 산을 넘고 넘었다. 마지막 남은 체력을 모두 모아 마지막 목적지에 다다르자 군악대의 우렁찬 연주 소리가 들린다. 부대 정문을 통과할 때 나는 한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울음 섞인 군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기 시작했다. 죽음 같았던 고통을 견디고 이제 마지막 훈련을 마친 것이다. 그리고 얼마의 휴식과 수료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검은 베레모에 당당히 특수전 마크를 달고 완전한 특전사 요원이 된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가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일기당천 검은 베레 특전 용사다.”     

                                            ★ 안되면 되게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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