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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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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Jul 11. 2023

회상 10

임금교섭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교섭 내용은, 첫 번째 임금 인상, 두 번째 식사제공, 세 번째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시했다. 물론 교섭안은 여러 번 조합원들과 토론하고 임원 회의를 거쳐 최종안으로 만든 것이다.


  첫 번째, 임금 인상 요구안은 조합 임원들과 함께 주변 시장조사를 하고 조합원들의 평균 가족 수를 산출하여 평균 가족 수에 대한 생계비 산출을 통해 합당한 요구 금액을 만들어 제시한 것이다. 교섭 중 가장 어렵게 진행되는 것은 당연히 임금이다. 임금은 쉽게 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은 매년 임금 인상액이 일급 300원 내지 많아야 500원 인상을 해 주었는데, 조합에서 요구한 금액은 일급 1,500원 인상을 요구했다. 회사 측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펄쩍 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그동안 빼앗겼던 노동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결의가 대단했다. 교섭 중에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회사 사무실 앞에 전 조합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며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결국은 최종 타결 금액 일급 1,300원 인상으로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전 사원 식사제공이었다. 회사 측에서는 식당을 할만한 장소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물러설 수가 없었다. 방법은 회사 공터에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외부 업자를 통해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제안을 하고 조속한 시일 내로 시행토록 요구를 하여 관철시켰다. 조합원들은 매일 도시락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또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식당이 없어 각자 일하는 먼지 많은 현장에서 쪼그려 앉아 식은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야 했던 눈물겨운 식사는 이제 모두 함께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은 조합사무실 제공이었다. 공장 건물 2층에 공간을 만들어서 조합원들과 회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세 가지 요구 사항을 결정하고 조합원 공청회를 통해 최종 승인 후 합의안을 마무리하였다. 

  교섭 타결 후 조합원들과 우리는 또 눈물바다가 되었다.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말았다. 그날 우리 조합원들은 서로서로 부둥켜안고 한 서린 감격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우리 조합원들은 대다수가 여성들이었다. 여성의 강인함과 단결력은 정말 대단했다. 정당한 요구에는 물러섬 없이 당당하게 하나로 뭉치고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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