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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상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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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Jul 12. 2023

회상 11

노동조합 위기와 이별

  노동조합을 설립할 당시 나와 친형제처럼 지내던 형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리고 내가 사무장을 맡아서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내부 조직은 이제 안정적으로 꾸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위원장은 외부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다. 상급 단체방문과 동종 업체 교류 등 조합 활동을 다각적으로 넓혀가고 있었다. 그 당시에 상급 단체는 한국노총이었다. 우리 조합은 한국노총 산하 산별 화학 노련에 속해있는 조합이라서 화학 노련에 가입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도저히 그들이 하는 조직 사업이 마음에 들지를 않았다. 권위의식이 팽배해서 산하 조합을 방문하거나 조직 및 교육 활동이 전무하여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나는 내심 한국노총 활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데 위원장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큰 실망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조합사무실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았다. 위원장님이 회사 사무실로 내려오라는 전화였다. 혹시 업무적으로 회사와 할 이야기가 있는 줄 알고 급히 사장실로 찾아 같다. 그곳에는 소파에 사장님과 위원장님이 함께 앉아 있었다. 업무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일반적인 사담을 하다가 위원장이 봉투를 준다. 뭐냐고 물으니 사장님이 십만 원을 주셨는데 둘이 나누었다는 것이다. 사장에게 뇌물을 받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너무 기가막혀 할 말을 잃고 혼자서 조합 사무실로 돌아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위원장은 평상시 친형처럼 따르고 모시던 형인데, 우리 아내도 형수를 친언니처럼 따르고 좋아했었는데, 이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범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정한 돈은 내 양심으로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이고 수치였다.      


  오랜 시간 고민하다 나는 결단을 내야 했다. 나는 사적인 인정보다 공적인 것이 더 중요했고 조합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랑하는 조합원들을 배신할 수 없었다. 나는 즉시 전체 조합원들을 소집하고 공청회를 시작했다. 서건 전말을 상세히 보고하고 어떻게 할 것 인지 조합원들의 의지를 모았다. 결론은 위원장 해임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러한 상황을 위원장에게 알리고 위원장 해임안 의결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통보했다. 아마 회사는 이렇게 조합을 와해시키려 의도적으로 위원장을 회유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원장의 부정을 어쩔 수 없는 부정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위원장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고 형수님과 형님의 엄청난 비난은 내가 오롯이 감내해야 했다. 네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냐. 다시는 얼굴 볼 생각 마라. 이렇게 우리들의 우정은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결정에 대해 나는 일말의 후회도 하지 않는다.     


  공석인 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다시 전체 조합원 임시총회를 걸쳐 위원장과 사무장을 선출했다. 나는 당당히 위원장직을 수락했고 강직한 친구를 사무장으로 선출해서 다시 조합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어용노동조합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 화학 노련에 탈퇴를 통보하고 비 합법노조인 서노협(서울지역 노동조합 협의회) 활동을 시작했다. 고양 군에서는 유일하게 비합법 조직인 서노협 활동을 하는 노동조합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회사 사장은 나를 회유하기 위해 또 부정한 돈을 주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조합원들을 소집하여 두 차례에 걸쳐서 사장으로부터 20만 원을 받았는데 이 돈을 돌려 드려야 할지 아니면 조합비로 귀속할지를 물었다. 조합원들은 돌려줄 것 없이 조합비로 귀속시키라고 하였다. 그렇게 공청회를 통해 결론을 내자 곧바로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애기들 옷이라도 사주라고 선의를 베푼 건데 그렇게 조합원들에게 공개할 것까지 있냐며 서운함을 표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절대 나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 한바탕 거센 파도가 휩쓸고 지나 같다. 그 형님은 어디서 잘 살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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