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향한 가시인가

거울 속, 나를 향해 돋아난 가시들

by 지정


누군가를 미워하고, 보기조차 싫어지는 순간이 있다.


다스리기 힘든 이 불편한 감정은 단순히 상대를 향한 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침전물처럼 내면 깊숙이 가라앉아, 결국 나 자신까지 서서히 집어삼키고 만다.


어느 순간부터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미워하게 되었는지조차 망각한 채, 목적 없는 증오를 양분 삼아 감당할 수 없는 미움이 몸집을 불린다.


그렇게 자라난 미움은 날 선 가시를 가득 돋운 채 내 입과 표정, 그리고 마음마저 사정없이 뚫고 나온다.


나에게서 돋아난 가시는 무분별하게 뻗어 나가 주변을 찌르고, 온 세상을 원망의 색으로 물들인다.


들끓는 증오를 뒤로하고 홀로 거울 앞에 서는 순간,

형체 없이 돋아난 가시들이 정작 가장 깊숙이 박혀 있는 곳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임을 발견한다.


종잡을 수 없이 나를 잠식해 버린 이 불쾌한 미움은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을까.


이 날 선 가시 끝에 맺힌 지독한 미움은, 정말로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