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2) - 치미창가(chimichanga)
대학교 기숙사에 처음 입소한 날이다. 방에 짐들을 놓고 엄마랑 식당가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고 힘을 내서 짐정리를 할 참이었다.
맛집을 검색하다가 남미음식 전문점을 발견했다. 남미음식을 먹은 지 1년이 넘은 데다가 특유의 자극적인 향도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땡겼다. 식당가 지상에서 헤매다가 지도를 보고 지하에 그 음식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하에서 음식점을 찾았다.
걷다 보니 배가 더 고파져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는 타코를, 나는 치미창가를 주문했다. 타코를 생각하며 방문한 집이지만 치미창가는 처음 본 음식이라 궁금했다.
고수와 치즈, 사워크림이 위에 올려진 것부터 아주 맛있을 것 같다!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고수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향긋한 고수향이 음식에 곁들여져 있는 것을 좋아한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고수가 cilantro인 것을 검색해서 알아내고 나중에 영어권 나라 식당에 가면 cilantro를 많이 넣어달라고 부탁할 결심까지 했었다.
치미창가는 멕시코식 부리토 튀김이라고 하는데, 잘라보니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했다. 장조림처럼 절인 고기와 양상추, 토마토, 콩 같은 채소들로 꽉 채워져 있었는데, 엄청 크지는 않아서 잘라서 한입에 먹었다. 함께 나온 붉은색 소스는 살사 소스인 것 같다. 붉은 살사는 토마토와 고추로 만든다고 하는데, 매콤한 맛이 치미창가와 잘 어울렸다. 초록색 소스에서는 레몬맛과 다진 양파맛이 많이 났다. 나쵸칩도 남은 살사에 찍어먹었다. 제로콜라까지 함께 먹으니 단맛과 짠맛이 잘 어울려 행복했다.
흰색, 붉은색, 초록색. 멕시코를 대표하는 색깔들이 들어가 눈도 입도 즐거운 식사를 마무리하고 나는 기숙사로, 엄마는 집으로 향했다. 맛있는 음식으로 시작한 대학에서의 새로운 여정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