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살짝 졸린 기운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아침시간이라 에어컨이 틀어져있지는 않았지만 옆자리 승객이 열어놓은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시원했다.
'역시 자연 바람이 최고야.'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눈을 감고 뺨을 스쳐가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등받이에 기대어 느긋하게 쉬었다.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지만 이렇게 눈 감고 쉬고 있으면 어느 정도는 노곤함이 풀리리라.
잠듦과 깨어있음의 그 중간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데 발랄한 템포의 음악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이런, 졸렸는데.'
7080 세대의 노래가 이어졌다.
조용히 있고 싶은 마음반, 음악이 반가운 마음 반이었다. 하지만 점점 음악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던 그때 나지막이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지 말라~ 애원~ 했던~"
소리는 작았지만 감성이 충만했다.
'응? 시내버스인데? 여기서 노래를?'
낯선 상황은 언제나 수용이 더딘 법이다.
그래도 그분의 흥이 그대로 전해져 왔고 그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뭔가 자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들릴락 말락 소리 낮추고 있었기에 무례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살며시 눈을 뜨는데 차창 밖으로는 초록잎이 가득한 나무들이 이어지고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앞에서는 노랫소리가 들리고 하늘은 맑았다. 출근길이 아니라 어디 멀리 여행을 나서서 관광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뭐 어떤가 잠시라도 여행 가는 기분을 느껴도 좋으리라.
'분위기가 이렇게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구나.'
지루한 출근길이 이렇게 변신했다.
이윽고 앞자리의 승객이 내리셨다.
노랫소리는 끊어졌지만 여운이 남아 잠은 달아나고 즐거운 기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기사님도 그러셨을까?
이번에는 경쾌하고 발랄한 K -Pop 음악이 버스 안을 채웠다. 흥이 오르셨나 보다.
버스라는 한정된 공간이 이렇게 변화될 수 있나 보다.
어디에 있든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낄지는 내 선택이다. 오늘의 선택은 꽤 마음에 든다.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즐겁다.
여러분의 하루도 즐거워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