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구름
고요하고 평온한 밤입니다.
달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이곳저곳을 비추며
세상구경이 한창입니다.
자기보다 더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들도 구경하고
자신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 위로 흐르는 멋진 배들도 구경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숲길을 따라 산책을 나선 사람들도 보입니다. 쫄래쫄래 주인의 뒤를 쫓는 강아지의 모습이 귀엽습니다.
밤이지만 각자 할 일들의 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저기 저 공장은 요즘 일거리가 늘었나 봅니다.
늘 환하게 불이 켜져 있네요.
어둑해진 길옆 정류장에서 하루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저기는 외진 곳이라 불빛이 없네요.
달님은 더 빛을 내려보내려 애써봅니다.
자신의 환한 빛을 받으면 저기 외진 곳에 있는 사람들이 덜 불편하리라 생각하면서요.
이렇게 세상구경 중에 어디선가 조각구름 하나가 다가옵니다.
"와! 달님 정말 반짝거리세요.
어떻게 이렇게 맑고 고운 빛을 내려보내실 수 있지요?"
조각구름이 호들갑입니다.
달님은 그저 빙그레 미소 지었습니다.
그냥 늘 하던 일을 한 것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조각구름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달님의 빛이 너무 아름답다며 혼자만 느끼기에는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잠시뒤 여기저기서 조각구름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모두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와! 달님이 내려주시는 빛이 너무 아름다워요!"
달님은 좀 얼떨떨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내려보내는 빛이 좋다고 하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구름들은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더니 몇몇이 다시 어디론가 흘러가버렸습니다.
달님은 구름들 사이사이로 세상을 바라봐야 해서 약간 불편하기도 했지만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어서 별말 없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구름들이 너무 많이 늘어났습니다.
아까 어디론가 흘러갔던 구름들이 더 많은 구름들을 데리고 온 것이었습니다.
몰려든 구름들은 모두 달님이 내려보내는 빛을 찬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달님은 기분이 좋지 않아 졌습니다.
이젠 아예 세상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밤이 되어 하늘 높이 떠오를 때마다 달님은 늘 기대했었어요.
오늘은 어떤 것을 보게 될까 하고 말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세상구경은 참 재밌었어요.
그런데 이제 몰려온 구름들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달님은 슬펐어요.
구름들이 이제 가주기를 바랐지만
더 늘어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자기를 칭송하고 있는 구름들에게
이제 그만 가달라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세상구경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구름들이 상처받을까 염려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달님은 더 슬퍼졌어요.
슬퍼진 달님은 이제 전처럼 맑고 고운 빛을 내려보낼 수 없었어요.
그러자 뒤늦게 몰려온 구름들이 말했어요.
"뮈야? 그냥 달빛이잖아. 뭘 이걸 가지고 그렇게 난리를 피운 거야. 에이 괜히 여기까지 왔잖아."
하고 말이에요.
구름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어요.
모두 달님이 내려보내는 빛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달님에게 요구했어요.
예전처럼 아름다운 빛을 보내달라고요.
하지만 달님은 기운이 나지 않았어요.
구름들은 시끄러웠고 세상을 내려다볼 수 없었거든요
이제 구름들은 하나씩 떠나갔어요.
어떤 구름은 투덜거리고 어떤 구름은 욕을 했어요.
달님은 조금 더 슬퍼졌지만 괜찮았어요.
구름들이 떠나가고 있었으니까요!
마침내 마지막 구름조각까지도 흘러가고 나자
달님은 다시 행복해졌어요.
물론 그 어느 때보다 빛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