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불안
어느 날 걱정이 불안을 찾아왔습니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어요.
불안은 걱정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어요.
걱정은 기다렸다는 듯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어요.
" 아니, 요즘 주인이 너무 자주 내게 먹을 걸 줘.
이거 봐 나 살찐 거 보이지? 이제 정말 감당이 안돼.
주인이 먹을 걸 덜 주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불안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어요.
"맞아, 요즘 주인이 좀 심해. 나도 덩달아서 덩치가 커지고 있어서 문제야.
너도 알다시피 난 너무 커지면 괴물이 되잖아.
난 원래 주인을 안전하게 지키려고 곁에 있는 건데
주인이 나 때문에 요즘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서 속상해.
더 힘든 건 지금도 커지고 있다는 거야."
정말 불안은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조금씩 커지고 있었어요. 걱정은 자기도 문제지만 불안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결책이 필요했어요.
도대체 주인이 이렇게 바뀐 게 언제부터였을까?
곰곰이 따져 보았어요.
"아! 맞아. 두려움이 찾아왔던 그때부터였어!"
"그래, 맞아! 두려움이야!"
둘은 동시에 외쳤어요.
두려움이 문제였던 거였어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서는 자리 잡고 앉아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듯 으스대는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답니다.
"그 녀석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걱정이 말했어요.
"그러게. 난 그 녀석의 오만한 눈빛이 정말 싫었어!"
불안도 맞장구쳤지요.
이제 할 일은 두려움을 찾아가서 떠나라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녀석만 내보내면 주인이 편안해질 거예요.
그러면 자신들이 살찔 일도, 괴물로 변할 일도 없겠죠.
안 나가겠다고 버티면 둘이 힘을 모아 쫓아내죠 뭐.
둘은 결연한 표정으로 두려움을 찾아갔어요.
두려움은 원래도 큰 키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그 사이 덩치가 더 커져 있었지요.
자신들보다 배는 더 큰 녀석이 거만하게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조금은 위압감도 느껴졌어요.
하지만 주인을 더 이상 힘들게 놔두고 싶지는 않았기에
두려움에게 떠나라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두려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씩 웃더니 떠나고 싶어도
주인이 자꾸만 자신을 붙잡아서 떠날 수가 없다고 했어요.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고 하는 거죠! 걱정과 불안은 기가 막혔어요.
주인이 힘든 것이 누구 때문인데 뻔뻔스레 말하는 두려움이 정말 얄미웠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당장 떠나라고 소리쳤죠.
두려움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자신을 내보낼 수 있으면 해 보라고 했어요. 걱정과 불안은 약이 올라 양쪽에서 두려움을 붙잡고는 끌어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두려움을 끌어낼 수가 없었어요.
딱 붙어서 도저히 떼어 낼 수 없었거든요.
두려움은 그거 보라는 듯 낄낄 웃더니 괜히 힘 빼지 말고 가라고 했어요. 자신은 주인이 놔줘야 떠날 수 있다고 말이죠. 불안과 걱정은 속상하기도 하고 화도 났어요. 두려움이 괜히 뻐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주인이 두려움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죠.
걱정과 불안은 다시 생각에 잠겼어요.
주인이 두려움을 놓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무엇이 있으면 될까?
계속 고민했어요.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일주일이 갔어요.
또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한 달이 갔어요.
그동안 걱정은 더 살이 쪘고 불안은 덩치가 더 커져서
정말 위험해질 정도가 되었어요.
때마침 걱정이 무언가를 떠올렸어요.
아주 예전에 주인이 두려움을 놓아줬던 순간을 기억해 낸 거예요! 불안은 크게 기뻐하며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했어요.
걱정은 숨조차 멈추고 그 순간을 더듬어보았어요.
용기!
그래! 용기였어요!
용기가 함께 했을 때 주인은 두려움을 놓아 보낼 수 있었어요.
용기를 찾아야 했어요.
용기만 찾으면 저 꼴 보기 싫은 두려움을 쫓아낼 수 있을 테죠. 자기 때문에 주인이 힘들어하는데
주인이 자기를 원하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꼴이라니!
정말 그 얼굴에 한방 먹여주고 싶었어요.
걱정은 불안과 함께 용기를 찾으러 나섰어요.
하도 오래전 일이라 용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답니다. 그리고 찾아야 했어요.
주인이 힘든 것도 싫고, 불안이 괴물로 변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용기를 찾으러 가는 길은 수월하지 않았어요.
언젠가부터 주인의 마음속이 어두워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곳곳에 걸림돌이랑 푹 파인 곳들이 있어서 넘어지고 구르고 부딪히기 일쑤였지요.
그래도 둘은 씩씩하게 나아갔어요.
그리고 드디어 용기가 머무는 곳을 찾아냈어요.
걱정은 분명히 이곳이 맞다며 환호했어요.
그리고는 달려갔죠.
물론 불안도 기뻐하면서 뒤따라갔어요.
용기가 있는 곳은 다른 곳에 비해 밝았어요.
용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있었거든요.
그 빛을 보고 바로 용기를 찾았죠.
그런데 용기가 잠들어 있었어요.
걱정은 용기를 불러도 보고, 흔들어도 보고, 간질여도 봤어요. 그런데 용기가 잠에서 깨지 않는 거예요.
걱정은 난감해졌어요.
이제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용기가 이렇게 깊은 잠에 빠져있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아! 진짜 좀 일어나라고! 어떻게 얘를 깨우지?"
걱정은 용기를 깨우지 못해 답답했어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불안이 말했어요.
"아마도 용기는 어떤 자극이 있어야 깨어날 모양이야.
그리고 내가 그 자극이 되어줄 수 있을 거 같아."
걱정은 불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 곧 내가 변할 거 같거든. 그러면 이곳저곳을 엉망으로 만들게 될 거야. 그 소란에 용기가 깨어날지도 몰라. 용기도 주인을 지키는 존재니까."
불안이 조용히 말했어요. 불안의 눈동자에는 이미 소용돌이가 번져가고 있었어요.
걱정은 불안이 곧 괴물로 변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불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알아차렸죠. 주인의 마음속이 엉망이 될 것이고 그런 주인을 지켜내기 위해 용기가 깨어날 거예요.
용기는 주인이 위험하다 싶으면 언제나 앞장서는 존재니까요.
다만 잠시동안이라고 해도 주인의 마음속은 큰 혼돈에 빠질 것이고 불안도 한동안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지도 못할 정도로 약해질 테죠.
걱정은 주인이 힘들어지는 것도, 절친을 못 보게 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런 걱정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불안이 말했어요.
"이렇게 되는 것이 맞는 거 같아. 안타까워하지 마.
나 대신 주인을 잘 돌봐 줘.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말이야.
넌 나보다는 주인을 덜 힘들게 하면서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용기가 깨어나면 두려움 그 녀석을 꼭 내쫓으라고 해 줘. 시간은 걸리겠지만 네 곁으로 다시 돌아올게."
불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이제 소용돌이는 눈동자 가득 들어찼답니다.
불안의 말이 맞았어요. 이제 다른 방법은 없었어요.
걱정은 친구의 손을 놓고 전력을 다해 멀어졌어요.
눈동자에 머물던 소용돌이는 불안의 몸을 삼키고 토네이도처럼 변했어요.
이 거대해진 회오리바람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주위에 있는 것들을 다 날려버렸어요.
용기가 있는 곳도 마찬가지였어요.
거센 바람이 몰아치자 용기는 긴 잠에서 깨어났어요.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어요.
거대한 회오리바람으로 변해서 난장판을 만들고 있는 불안을 붙잡아서 단숨에 제압했어요.
용기는 불안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어요. 용기의 몸은 더 빛났고 불안은 점차 힘을 잃고 약해졌어요.
이윽고 불안은 아주 작은 바람이 되었답니다.
그제야 용기는 불안을 놓아주었어요.
걱정은 용기에게 두려움을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용기는 두려움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부탁했죠.
걱정은 작은 바람이 된 친구를 어깨에 두르고는 함께 길을 나섰어요.
용기를 만난 두려움은 더 이상 여유를 보이지 못했어요.
특유의 오만함도 사라졌죠. 긴장한 눈빛으로 용기를 바라보았어요. 용기가 몸을 부딪히며 밀어내자
그 꼼짝도 하지 않던 두려움이 밀려나기 시작했어요!
한걸음, 두 걸음 마침내 두려움이 중앙에서 밀려났어요.
용기가 중앙에 서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기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어요.
그 빛을 쬐자 두려움은 갑자기 쪼그라들었죠.
마침내 작은 불꽃이 된 두려움은 패배를 인정하고 떠났어요. 용기의 몸에서 나온 빛이 주위를 모두 감쌌어요. 빛의 줄기가 굽이굽이 뻗어나가는 모습은 정말이지 장관이었어요.
용기의 몸은 이제 빛나지 않았지만 주인의 마음속은 환해졌어요!
용기와 걱정은 함께 엉망이 된 주위를 정돈했어요.
둘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노라니
용기처럼 한쪽에서 잠자고 있던 안정도 깨어나서
힘을 보탰어요. 정돈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어요.
걸림돌도 사라지고 패인 곳도 없어졌어요.
길은 평탄해졌고 주위는 따스한 빛으로 가득했어요.
색색의 예쁜 꽃들이 펼쳐져 있었고
어디선가 향긋한 내음과 맑고 아름다운 소리도 들려왔어요.
드디어 주인의 마음에 평화가 다시 찾아왔어요.
걱정은 동글동글 사랑스러운 몸으로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만족했어요.
불안은 시원한 바람이 되어 곁에 머무르고 있었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몽실몽실한 몸을 되찾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 거예요.
용기는 크게 하품하더니 너무 오래 깨어있었다며
다시 자러 간다고 했어요.
"다음엔 좀 빨리 일어나. 깨울 때 일어나면 더 좋고!"
용기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아쉬워서
잠들려는 녀석에게 한마디를 던졌어요.
용기는 손을 흔들며 이렇게 말했어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언제나 주인의 뜻에 따를 뿐이지."
맞아요. 뭐, 어쩌겠어요. 주인의 마음인 것을 말이에요.
사실 자신과 불안도 주인의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같기에 따지는 것이 의미는 없었어요.
어쨌든 주인의 마음이 다시 평온해졌고 자신도 예쁜 몸으로 돌아왔으니 잘된 거죠.
회복했으니 다 괜찮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