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적 한계는 늘 나에게 걸림돌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다해낼 수 있을지 가늠을 한 뒤에야 시도했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그만큼 많았다.
많은 부분이 아쉬움의 기억으로 남겨졌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일상으로 이어진다면 얼마 안 가서 경고등이 켜진다.
깨어있지만 머릿속은 몽롱한 상태가 되고
앉아있지만 몸은 땅속으로 곧 꺼져 들어갈 듯 무겁다.
눈을 뜨고 있기 힘들고 기계적으로 몸이 움직여지긴 하지만
나는 안다 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그 상태가 되면 직업적인 일을 한다는 건 어려워진다.
실수는 늘고 일은 엉망진창이 될 테니까.
때가 왔다. 일을 그만두고 쉬어야 한다.
그래서 늘 신체가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쉼이 필요한 순간에는 쉴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사교생활이라고 할 만한 것은 만들지 못했다.
딱 필요한 만큼만 한다.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도 종종 있었다.
인정머리 없어 보였을 수도 있고
내 입장만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괜찮다.
우리가 서로를 오해하는 것은
밥 먹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으로 하게 되는 일이니까.
난 '개운하게 일어난다'를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활력이 넘쳐 본 적도 없다.
신경을 많이 쓰거나 신체활동이 많을 것 같은 일은 연속으로 잡지 않는다.
소화기가 약해서 음식도 조심해서 먹는다.
인스턴트음식은 피하고,
외식은 정말 필요할 때만 한다.
카페인에도 민감하고
우유에도 민감하다.
덕분에 절약이 된다.
체중조절도 잘되고 말이다.
몸이 약해서 큰일이다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서 열심히 키우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공부도 계속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한 적은 많지만
내게 주어진 필요한 일을 못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내 몸을 알기에 필요이상 일을 벌이지 않는다.
빠름이 강조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느림의 미학을 더 사랑하고
나의 속도에 맞춰서 살고 있다.
아쉬운 순간은 수시로 찾아온다.
내입장에서 체력이 좋다는 것은
정말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며,
원하는 것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치트키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루어내고자 하는 일들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고
그런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고
주변에서도 박수를 쳐줄 테니 말이다.
부러울 뿐이다.
그래서
튼튼해지고 싶었으나 어느 순간 깨달았다.
주어진 신체를 잘 돌보는 것이 더 적절한 선택지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태어났으니까.
어렸을 때는 몸이 약하다는 말이 참 듣기 싫었다.
왠지 나를 무능하게 여기는 것 같고
한심하게 바라보는 듯한 시선도 싫었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나는 웬만하면 남에게 부탁하지 않는다.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방법을 찾아보고 내가 한다.
내가 할 수 없겠다고 판단되면 방법을 물어보긴 하지만
대신해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유능감과 자존감을 키워왔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
천천히 걸어왔기에 뒤처진 면도 있지만
그런 '나'라서 앞서가는 부분도 있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고
한 사람을 요약 정리 한다는 것은
한 단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능은 시대마다 상황마다 달라진다.
우리가 좋은 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 시대에 요구되는 가치체계에 기준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여기와 다른 시대, 다른 상황에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면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본다면 좋겠다.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경험은
우리 자신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켜 줄 테니까.
나는 음식을 신경 써서 챙겨 먹고 있다.
과식은 하지 않고 인스턴트 음식과 외식은 가능한 멀리한다.
개인적인 약속은 시간을 두고 잡으며
직업적 일도 가능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하려 한다.
수입이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덕분에 돈을 좀 더 의미 있게 쓰게 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많을 일들에서
내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내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분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외에는 그냥 놔둔다.
각자의 몫이 있는 법이고
각자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배워나가야 하니까.
이렇게 나는 나를 돌보며 나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다.
나의 일상이 지탱된다는 건
가족들의 일상이 지탱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나를 지탱하지 못하는 순간 내 몫의 삶은 가족들에게 넘어갈 테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챙긴다.
무엇을 할지 무엇은 하지 않을지 결정한다.
쉼이 필요하면 쉼을 주려고 노력한다.
귀찮지만 하루의 루틴을 성실히 이행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오늘 하루도 나를 잘 챙긴 것에 감사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