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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희 Apr 02. 2023

사랑한다는 증거

"똥이 마려우면 어떻게 하죠?"

"네?"

"아이가 축구를 하다가 똥이 마려울 수도 있잖아요."

"어머니. 1시간 동안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진 않아요."

아들이 6살 때 축구교실 등록하면서 내가 선생님께 물었던 질문 중의 하나다. 축구교실 화장실이 열악하다 느껴졌고, 선생님들은 제각기 바빠 보여 아들이 똥이 마려울 때 대처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고 어머님. 걱정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화장실 같이 가주고 뒤처리까지 도와주겠습니다. 제가 이래 봬도 유아들 가르친 경력 10년입니다."

그제야 안심을 하고 등록을 마친 나는 뭐가 또 못 디웠는지 매번 1시간 내내 축구교실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엄마들이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앉아있는 풍경이 익숙하다.


현장학습을 가는 아들의 도시락을 싸면서도 걱정이 많다. 동그랗고 작은 채소나 과일들먹다가 목에 걸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넣지 않는다. 김밥도 커서 못 먹을까 봐 입크기에 맞게 싸려 애를 쓰다가 그러고 나서는 먹다가 목이 멜까 봐 또 걱정이다.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목이 빠지도록 쳐다보는데 또다시 온갖 걱정들이 밀려왔다.

'차 타고 가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어쩌지?

젓가락질이 서툴러서 김밥이 잘 안 잡힐 텐데...... 옆구리 터지면 먹기 힘들 텐데 그냥 손으로 먹으라고 얘길 했었어야 했는데......'


학교 다닐 때 엄마가 나갈 때마다 차조심하라고 했던 말들이 그냥 인사말이 아니었다는 걸 자식을 낳고 나서야 깨달았다.

'엄만 정말 매번 그렇게 걱정이 되었던 거구나.'





"아들아, 사랑해."

라는 말에 아들이 물었다.

"응 , 나도. 근데 엄마. 내가 누굴 사랑한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어?"

"응? 그건 그냥 느껴지는 거지. "

그러다가 문득 딱 떨어지는 정답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걱정이 되면 그게 사랑하는 거야. 차조심해야 텐데, 밥은 먹고 다니는지, 추운데 감기 걸리면 어쩌나, 이렇게 계속 걱정이 되는 거. 그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증거야."

"와~그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진짜 많은 거네.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또......"

그 얘기를 하는 동안 행복한 듯 방긋방긋 웃는 아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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