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시티로 가는 길, 차 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시야가 흐릿하다. 운전이 심히 어려울 만큼 빛이 눈앞에서 아롱진다. 매일 오가는 길이라 감을 믿어본다. 신호가 걸린다. 햇살은 어디 한번 죽어봐라, 하고 머리와 얼굴을 사정없이 공략한다. 마치 볼록랜즈로 빛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조금 있으면 내 정수리 위로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리라.
앞에 신호를 기다리는 차는 네 대, 초록색 신호는 겨우 두대의 차를 보내고 이내 빨간색으로 바뀌어버렸다. 나는 여전히 작열하는 햇살을 견디며 브레이크를 밟고 서 있었다. 아! 자외선, 선크림도 안 바르고 나왔는데...
자연환경이 깨끗해서 오존층이 얇은 뉴질랜드.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눈부심이다. 거기다 차랑 썬틴도 기준이 정해져 있는데 하지 않은 것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차 안은 적나라하다. 운전자의 표정까지 읽힐정도로.
햇살은 오존층을 무리 없이 통과하고 썬틴이 얇은 차의 유리도 자못 쉽게 뚫어버린다.
녹색 신호가 다시 들어오고 내 차가 몸을 반쯤 들이밀었을 때 신호는 주황색불로 바뀌어버렸다. 이를 질끈 깨물고 엑셀 위로 얹은 발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무언가가 쓰윽하고 나타났다. 액셀을 밟고 있던 발이 쏜살같이 브레이크로 옮겨졌다. 차는 괴물처럼 울부짖으며 멈추었다. 남루하기 짝이 없는 옷을 걸친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 본래는 하얬을 것 같은 수염은 회색과 갈색이 섞여있었고 꼬질꼬질해 보였다. 솥뚜껑 같은 손에 맥도널드 커피를 들고 거리낌 없이 저벅저벅 신호를 건너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아니, 무단횡단을 하려면 빨리나 지나갈 것이지. 여기를 벗어나야 그늘로 진입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눈부셔 죽겠구먼. "
나는 그에게 가닿지 않을 막말을 마구 뱉었다. 이윽고 참다못해 주먹으로 클락션을 두드리듯 두 번을 눌렀다. 빵빵, 남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깊은 눈에 심술이 덕지덕지했다. 누런 이를 드러낸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
그는 들고 있던 커피를 내차의 앞유리에 쏟아부었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커피를 몸으로 받은 듯 움찔 뒤로 물러났다. 운전대를 잡은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글라스를 찾아 선바이저 포켓 속에 넣어두었다. 나를 공격하는 햇살을 막기 위해, 심상하게 무단횡단을 일삼는 너희들을 욕하기 위해, 그 눈을 가리기 위해.
진통제를 입으로 털어 넣었다. 목에 약이 걸렸는지 쓴 물이 식도를 타고 기어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