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고민

by 김선희

여기저기 끌려다니다가 보게 된 숏츠에서 배우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장면을 연기한다. 나도 따라 식욕이 터져 오른다. 이미 수백 번, 수천번 내입 안으로 들어왔던 적이 있는 그것, 꾸덕하게 사브작사브작 비벼지는 소리, 입언저리를 물들이며 한 젓가락 가득히 욱여넣는 모습을 입을 반쯤 벌린 채 멀거니 바라본다. 쫄깃하고 통통한 면이 입안 가득 차면 달달하고 간간한 춘장의 맛이 혀에 달라붙겠지? 목구멍으로 침이 연신 꼴깍꼴깍 넘어간다. 한국에 있으면야 당장 배달의 민족을 열고 시켜 먹으면 그만인 것을. 물론 뉴질랜드에서도 가능은 하다. 하지만 물경 배에 달하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쉽사리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너무 먹고 싶을 때는 합리화를 하려 노력한다. 자주 시켜 먹는 것도 아닌걸 뭐, 스테이크를 먹었다고 생각하면 돼, 아니, 내가 그 정도도 못 사 먹어? 짜장면 하나를 시켜 먹으려 하면서 온갖 구실을 다 갖다 붙이는 내가 우스워 살짝 웃음을 흘린다. 합리화가 완성이 되면 우버잇츠 앱을 연다. 오클랜드 시티에 있는 한국 짜장면집을 찾아 들어간다. 짜장면 한 그릇에 십구 불, 콩가루가 솔솔 뿌려진 쫄깃 바삭한 인절미탕수육 스몰사이즈 삼십 오불, 그 두 가지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서비스차지와 배달료까지 더하면 육십 불 정도 될 것 같다. 한화로 오만 원 정도. 배달의민족 앱에 들어가 본다. 짜장면 칠천 원, 인절미탕수육 스몰사이즈 만 팔천 원, 배달비 무료. 세상에, 역시 배가 싸다. 짜장면을 시키려다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시계를 보니 열 시 삼십 분, 오픈은 열한 시 삼십 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괜스레 마음이 편해지기까지.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같이 결정해 보자고 씀벅거리는 장바구니 그대로 앱을 닫는다.

앰브로시아 사과를 깎아 미리 삶아놓은 계란과 함께 아점을 때우고 아들을 기다린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둘이 시티로 향한다. 미용실 옆 한국 중국집, 복고풍의 나무문까지 구미를 끌어당긴다. 문을 당기려는 순간 알아차린다. 아차, 브레이크타임. 시간을 보니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바로 맞은편 시티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한다. 이층으로 올라가면 좌측 끝에 단출한 한국책 코너가 있다. 오늘따라 이가 뭉텅뭉텅 빠진 듯 책들이 헐겁게 꽂혀있다. <김영하의 퀴즈쇼>를 골라 서가에 기대어 읽는다. 일층에서 책을 골라 올라온 아들이 다가와 짐짓 목소리를 낮추어 얘길 한다.

"엄마, 우리 그냥 집에 가서 밥 먹으면 안 될까?"

도서관을 나와서 한국마트로 향한다. 먹고 싶은 걸 기어이 사 먹는 행복감, 돈을 굳혔다는 기쁨, 잠시 둘을 저울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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