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한시적 백수의 런던 표류기 11
오늘은 좀 가볍게, 런던 생활비를 정리해보자. 정리해보니 액수가 가볍지 않았다는 건 함정.
존 1 중에서도 집 값 비싼 캔싱턴인지라 비싸다. 569제곱피트, 16평에 못 미치는 그라운드 플로어 플랏 월세가 2,850파운드 씩이다. 파란만장 집 구하는 과정은 이전 글을 읽어보시라. 눈물 닦을 준비를 단단히 하시고...
https://brunch.co.kr/@ea77230899864d4/2
그리고 세 식구가 집에 누워서 숨만 쉬어도 나가는 기본 경비들.
에너지 회사는 검색해보면 최소 7개가 나온다. 지역에 따라 공급 가능 여부가 다르니 가격 비교해보고 문의해야 한다. 전기는 한전, 가스는 특정 지역 회사가 정해져 있는 서울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우리는 (별다른 비교 없이) E.ON Next라는 회사에 의뢰했다. 100% 신재생 에너지만 공급하는 회사라고 했다.
입주 후 현재까지 월 평균 86파운드 정도가 나갔다. 물론 여름철에는 난방을 하지 않으니까 연료비가 훨씬 적게 들지만 런던의 여름은 짧다. 8월 중순부터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어마어마하게 지출액이 늘어난다. 런던 집들은 신축이 아니면 대개 단열이 허술하고 창호 상태도 기상천외한 탓이다. 게다가 이 집은 층고가 3미터가 넘고 대형 창문이 허술하게(!) 달려 있다...
수도는 탬즈워터라는 회사를 이용한다. 이 집에는 수도 계량기가 없다. 이사 와서 아무리 뒤져도 계량기가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아니 얼마나 썼는지 모르는데 대체 요금은 어떻게 부과한단 말인가? 바가지 쓰는 거 아닌가?
고지서를 보고 이해. 이 집은 1베드룸 플랏이니 평균적인 0~1베드룸 사용량에 기초해 부과하겠다는 거다. 우린 1베드룸에 3인 가족이 거주하니까 평균보다 많이 쓸 게 분명하니 오히려 이득이다. 쾌재. 한 번에 부과된 연간 물 사용료는 무려 413.72파운드. 한 달에 대략 35파운드다.
인터넷은 Three라는 회사를 이용한다. 여러 회사 서비스를 비교해봤지만 가장 간편하고 저렴했다. 매장에서 단말기를 받아다가 유심을 끼우고 전원에 연결하면 끝. 벽에 구멍을 뚫을 필요도, 선을 연결하느라 법석을 떨 필요도, 무엇보다도 오지 않는 설치 기술자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데이터 사막이었던 낡은 플랏이 와이파이 팡팡 터지는 오아시스로 변했다, 손쉽게. 비용은 월 21파운드.
부부 두 사람이 이동통신 서비스는 Lebara를 이용한다. 두 사람 합해 19파운드. 영국 내 통화와 문자 메시지 무제한. 해외 통화도 월 100분까지 추가 비용 없이 제공된다. 한국 이동통신 서비스도 내 것은 최소한으로나마(SKT 표준요금제) 유지하고 있어서 월 만 원 정도가 추가로 든다.
연간 수신료가 한꺼번에 청구된다. 연 169.5파운드. 한 달에 14파운드 꼴이다. TV 모니터에 안테나 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iplayer로 실시간 방송이든 vod든 내키는 대로 play할 수 있다.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뭐든 된다. 물론 올림픽이나 유로2024 같은 대형 이벤트나 영화 같은 경우는 노트북을 통해 iplayer로 재생된 영상을 hdmi케이블로 TV를 연결해서 보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카운슬 택스, 한국 개념으로 하면 주민세 쯤 될까?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매긴다. 비싼 집에 살면 세금도 물론 많이 내야지. 실거래가가 아니라 과세 표준이 따로 있다. 잉글랜드 지역은 1991년 4월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2001년도 아니고 1991년. 감사할 뿐이다. 내가 사는 동안은 과표를 현실화하지 말라달라, 제발~
Chart A: Average Band D council tax in England percentage change 2010-11 to 2024-25 (including parish and adult social care precepts) [note a] [note b]
내가 사는 집에 나오는 세금은 한 달에 184파운드 씩이다. 고지서를 보면 property band가 표기되어 있는데 E등급이다. A등급이 가장 싼 집(£40,000 미만)이고 최고 등급은 H(£320,000 초과)다. 검색해보니 잉글랜드의 평균은 D등급이고 카운슬 택스는 연간 2,130파운드라고 한다. 내가 내는 세금이 많이 높지는 않다.
같은 밴드에 속한 집이라도, 즉 비슷한 가격의 집이라 해도 물론 카운슬마다 세액이 다르다. 내가 속한 E등급을 기준으로 킹스턴은 2,901파운드로 가장 많이 부과했다. 의외로 이웃 카운슬인 웨스트민스터가 1,189파운드로 가장 적게 내도 되는 곳이었고 캔싱턴&첼시도 세금 싸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고층 건물이 상대적으로 많고 인구 밀도가 높아서 개개인에게 조금씩 걷어도 전체 세액은 많은 것일까?
이 글 쓰며 검색하다 찾은 정보. If you are not working or earn less than £105.20 a week, you will not have to pay Council Tax. 백수인 나는 세금을 안 내도 되는 거였다! 바로 구청에 세금 감면 신청. 기쁜 소식을 브런치를 통해 공유하게 되기를 바란다.
3인 가족 런던 생활 고정경비 요약(파운드/월)
집세 2,850
세금 184
전기/가스 86
수도 35
인터넷 21
휴대전화 19
수신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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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3,209
그밖에 각종 박물관과 공연장에 회원 가입을 하면서 낸 연회비가 있다. 목돈이 나갔지만 뽑아낸 경험과 혜택은 이미 값을 몇 배 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튼 이건 우리 취향의 문제이니 셈에 넣지는 않았다. 혜자로운 회원 가입의 세계는 따로 정리해보자.
또 어마무시한 아이 사립학교 등록금이 있고, 나를 초청한 대학에 낸 돈이 있으나 이것도 생활비는 아니니 빼자.
한국에서 매달 나가는 각종 보험료와 세금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삿짐을 넣어둔 창고 비용도 1년치를 한꺼번에 냈으니 고정 비용에 넣어야 하지만 빼두자.
아무튼 런던 복판에서 세 식구가 지내는 최소 비용이 560만 원이다. 숨만 쉬어도 56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