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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온 수십억 년 전 소리

by 런던 백수
펜지어스와 윌슨은 물리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인, 과거 우주가 뜨겁고 밀도가 높았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를 우주의 먼 과거와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준 이 신호의 발견은 원시 우주와 이후 우주의 진화에 대한 더 심층적인 조사의 서막을 열어 주었다.
노벨상 수상 직후, 펜지어스는 자신의 발견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러분이 오늘 밤에 밖에 나가서 모자를 벗으면, 여러분의 머리 바로 위에서 빅뱅의 열기를 조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아주 성능 좋은 FM라디오를 켜보면, 한 방송과 다른 방송 사이에서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릴 거예요. 분명 이전에도 몇 번 들어본 것 있는 이 소리는 거의 평온하고 때로는 파도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죠. (...) 여러분이 듣고 있는 소리 중 약 0.5퍼센트는 수십억 년 전의 소리입니다."
아메데오 발비 [마지막 지평선]


그렇다. 라디오 주파수를 휠을 돌려 맞추던 시절에 누구나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라디오라는 플랫폼도, 채널을 휠을 돌려 맞춘다는 개념도 무슨 선사시대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가 원시 우주의 흔적이 남은 광대한 우주를 비행하고 있다는 개념(분명 사실인데 실감은 되지 않으니 개념이라고 해두자)은 감각으로 납득하기 쉽지 않다.


고성능의, 그만큼 값도 비싼, 공부를 정말로 많이 한 과학자들만 접근할 수 있고 다룰 수 있는 어마어마한 관측 장비가 아니라 우리 집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고물 라디오로도 초기 우주의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다.


아메데오는 경탄한다. "지금도 우주의 기원에서 날아온 광자의 바다에 계속 잠겨 있다는 생각을 하면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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