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한시적 백수의 런던 표류기
진짜 너무들 하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하필 지금 에너지 요금을 올린다고? 그것도 이렇게나 많이?
런던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었다. 느닷없이. 확연히. 이상도 하다. 기록을 찾아보니 올 여름 가장 더운 날은 8월 12일이었다. 케임브리지의 낮 기온이 34.8도까지 올랐다.
그렇게 덥던 8월 중순부터 가로수가 낙엽을 떨구기 시작했다. 의아했다. 한국에선 아직도 더위가 기승인데, 여긴 벌써 낙엽이 지니까 이상하지 않겠는가. 한국에선 언제쯤 낙엽이 떨어졌더라?
BBC의 아침 프로그램에서 중년 여성 기상캐스터는 autumanble한 날씨가 되었다고 했다. 그게 8월 하순 어느날이었던가. 8월 마지막날에는 호기롭게 'the last day of summer'라고 선언했다. 그 아름답던 여름이 끝나간다는 선고를 받고 진행자들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 표정도 함께.
그러더니 귀신 같이 날씨가 바뀐다. 아침 최저기온이 이미 13도 안팎으로 내려갔고 낮기온도 20도 안팎에 머문다. 더운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은 패딩을 입고 다니는 판국이다. 9월 중순이 되면 아침 기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는 예보가 나와 있으니 빼박 가을이다. 슬슬 난방이 시작될 참이다.
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 에너지 요금 인상 소식이 들린다. 고약하다. 심지어 인상폭도 작지 않다.
내가 사는 집의 현재 연간 요금 추정치가 전기와 가스 합쳐 1,032파운드. 다음달부터는 1,123파운드로 올리겠다는 소식. 거의 연간 200만 원을 전기 가스 요금으로만 내게 되는 셈이다. 인상폭 진짜 심하다. 특히 가스 요금이 10% 넘게 올랐다. 연간 요금이 그렇다는 거고, 당연히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 가스 보일러를 돌리고 전기 난로와 장판을 쓸 수밖에 없으니 에너지 요금 폭탄을 피할 길이 없다. 어쩌자는 건가 대체.
영국 일반 가정용 에너지 가격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상승했다. 침략자 푸틴을 벌하기 위한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네 마네 논란이 컸던 거 기억하실 거다. 심지어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던 가스관이 폭파되기도 했는데 최근에 그게 우크라이나 쪽 비밀 작전이었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아무튼 러시아에 적잖이 의존하던 유럽 에너지 시장에 전쟁 이후 큰 혼란이 생겼다.
그러면서 영국 가정용 에너지 가격은 2022년 4월에 54%, 10월에 또다시 27%가 올랐다. 거의 두 배가 된 셈이다. 2023년 초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소비자 가격은 아직도 높다(한국 정유회사만 그러는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30~40% 비싸다고 한다.(푸틴 나빠요)
건물들 단열을 제대로 안 해서 열 효율은 엉망인데 하필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시점에 에너지 가격을 올리다니 참 융통성도 없다. 곧 4시만 되면 어두워지는 춥고 축축한 계절이 시작되는 건가. 올해는 4월까지도 추웠는데 다가오는 겨울은 또 얼마나 길 것인가...따끈하게 마실 차를 준비해야겠다.
일반 가정용 에너지 요금은 2022년 4월에 54%, 2022년 10월에 27% 상승했습니다. 도매가격 건물하락으로 가격이 하락했지만 요금은 2021/22년 겨울 수준보다 약 29% 높습니다.일반 가정용 에너지 요금은 2022년 4월에 54%, 2022년 10월에 27% 상승했습니다. 도매가격 하락으로 가격이 하락수준보다 약 29%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