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 라이프 스타일
갑자기 왜 영화도 책 얘기도 아닌 동물의 숲 이야기를 하나 싶겠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동물의 숲 속 주인공처럼 살고 싶었다. 자연에 들어가 낚시하고 과일 따먹으며 친구 사귀고 속세와 이별하는 삶...(채무에 쫓기는 건 싫다...) 나는 닌텐도 기기가 없어서 동물의 숲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아이패드로 하는 포켓캠프는 해본 적 있다. 뽀야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뽀야미를 내 캠핑장으로 데리고 오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뽀야미가 나타나기 전에 해외여행을 다녀오게 됐고 그 사이에 흥미가 식어서 뽀야미의 뒷모습도 보지 못하고 게임을 그만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 동물의 숲 열풍이 불었기 때문에 동물의 숲의 귀엽고 포근하고 따스한 분위기는 알고 있다. 그때는 지금보다 어려서 유행인가 보네~ 재밌나? 나도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전부였는데 갈수록 동물의 숲 라이프가 절실해진다. 낚시가 쉽고 과일도 따면 되고 씨를 뿌리고 때마다 물을 주면 알아서 꽃이 피는 그런 곳에서 낚시한 물고기 하나 건네주면 신나서 방방 뛰며 호감도가 올라가는 친구들을 사귀면서 밤마다 캠프파이어를 하고 싶다.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불러주는 강아지를 옆에 두고 불멍을 하면서 정신을 어딘가로 쏙 빼버리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학교도 가야 하고 별로 생각은 안 나지만 매일 다른 이유로 바쁘다. 지금은 방학한 대학생 신세라서 그리 바쁘진 않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데 나는 매일 나름의 이유로 바쁘게 살고 있다. 도서 대출증을 갱신하러 가야 하고, 선생님들을 뵈러 가야 하고, 8천 보도 걸어야 하고 매일 시 필사에 독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말할 수 없는 다른 일들도 많은데 이걸 다 하고 나면 금방 해가 지고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도 시간이 금방 간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야! 난... 난 자연 속에서 배부르고 띵가를 원해! 가끔 퍼뜩 정신이 들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배부르고 띵가를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종종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냥 먹고 자고 논다는 의미다.... )
동물의 숲 기분이라도 내보려고 내가 쓰는 방법은 동물의 숲 bgm을 틀고 지내는 거다. 요리할 때, 청소할 때 지금은 날이 추워서 해당 안되지만 화분을 심거나 수확할 때 동물의 숲 bgm을 틀고 있으면 게임 속에서 열심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캐릭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재미있어진다. 거실에 발라당 누워만 있어도 재미있다.
나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먹어줄 만한 음식과 요단강 건너온 음식을 만든다. 동물의 숲 bgm을 틀어두고 요리를 하면 먹어줄 만한 음식을 만들었을 때는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다. 요단강을 건너온 음식을 만들면 좀 당황하지만 동물의 숲적 사고로 넘길 수 있다. 정말 망한 음식을 만들면 저런 마음가짐은 좀 힘들지만 그래도 귀여운(?) 마음가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번 요리는 좀 망했는걸? 하지만 괜찮아 언제나 잘할 수 없지! 다음에 어떤 요리가 나올지 기대돼~라고 누군가 말해줄 것 같다. 원래 이런 성격 아닌데 괜히 괜찮아진다.
뜨개질을 할 때면 책상에 앉아 스탠드를 켜고 있어도 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몸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긴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터벅터벅 걸어 다니지만 동물의 숲 음악과 함께라면 난 동물의 숲 세계관에 던져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보폭이 작아지고 허리가 펴진다. 종종종 걸어 다니면서 냉장고를 열더라도 귀엽게 열 수 있다. 쉽사리 웃거나 울거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러고 있으면 괜히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어진다.
식물을 그다지 잘 키우는 건 아니지만(사실 초등학생 때 우리 반에서 나만 강낭콩을 죽였지만....) 지난여름에 나는 바질을 키웠다. 바질은 물만 줘도 정말 잘 자라줬다. 가지치기, 순집기, 물꽂이를 해주니 작은 화분 3개가 큰 화분 3개 작은 화분 2개로 번져 있었다. 바질 잎을 따서 바질 토마토 파스타를 해 먹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완전 동물의 숲 같다!'언니가 말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말이지 난 그 순간에 너무 즐거웠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운 바질이지만 수확의 즐거움을 누리다니! 앞으로 평생 바질만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당연히 아니다.. 그냥 그때의 기분이 그랬다) 동물의 숲 로망은 커져만 갔다.
지금은 속세에서 동물의 숲 음악을 들으면서 그 기분을 느끼는 것에 만족해야겠지만 나는 언젠가 꼭 리틀 포레스트, 추억은 방울방울 그리고 동물의 숲처럼 고즈넉한 시골 어디에선가 여유와 수확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편한 친구들을 불러 장작에 불을 붙이며 바라보고 간이 탁구대를 만들어 탁구를 치고 고구마를 구워 먹고 밤새 웃고 떠들며 동물의 숲과 같은 삶을 만끽하고 싶다.
사실 제대로 된 동물의 숲 게임은 해본 적이 없어서 내가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이해하고 있는 동물의 숲은 저런 내용이다. 사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동물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걸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저런 삶이 상상이라서 즐겁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안다. 실제로 저러면 더위에 지쳐 쓰러질 거다. 난 특히 더운 걸 싫어하고 못 견디는 편이라서 여름이 되면 지옥이 될 수도 있고 날벌레와 사투를 벌여야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동물의 숲 같은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