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자니아에서 찾은 선물

직업보다 중요한 것

by 주현정

키자니아에 간 건 직업을 체험하기 위해서였지만, 돌아오는 길에 깨달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직업보다, 세상에 태어날 때 품고 온 ‘그 선물’을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의사가 될래요.”
“나는 우주비행사가 될래요.”

두 딸이 품은 꿈이다.


키자니아 가고 싶다는 큰딸 한마디에 남편은 곧장 예약을 했다. 아이들이 직접 직업을 체험하며 미래의 꿈을 그려볼 수 있는 곳. 상상 속의 미래가 현실과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6살과 9살, 두 딸을 데리고 정말 오랜만에 그곳을 다시 찾았다. 첫 방문은 둘째가 유모차에 타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둘째를 돌보느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고, 첫째는 아빠와 다녔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던 첫째를 왜 굳이 데려갔을까? 아마도 주말이면 뭔가 특별한 일을 해줘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것도 해보자. 의사 체험은 어때? 승무원은?”
“여기 마술사도, 경찰관도 있어!”

우리 부부는 열심히 아이를 독려했지만, 첫째는 전혀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무기력한 표정, 칭얼거리는 둘째, 기대와 다른 전개. 결국 억지로 체험장에 들어간 첫째의 굳은 얼굴만 사진에 남았다. 그 사진을 SNS에 올렸던 기억이 났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 가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의 기억은 그렇게 서서히 희미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큰딸이 다시 키자니아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아이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사람들로 붐빈 키자니아에서 부모들은 하나라도 더 체험시키려 바삐 움직였다. 우리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1:1로 짝을 지었다. 나는 둘째와, 남편은 첫째와. 아이의 선택과 속도를 존중하며 각자 움직였다. 체험 사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부지런히 계획을 세웠다. 솔직히 말하면, ‘결제한 만큼은 해야지’라는 현실적인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꽉 채우고, 우리는 녹초가 되어 돌아왔다.


‘오늘의 체험이, 우리 딸들의 꿈을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그때 문득 얼마 전에 읽은 『파랑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 하늘나라에서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하나 품고 내려온다는 이야기. 그것이 책일 수도, 축구공이나 판사봉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세상에 올 때, 자신만의 선물을 안고 오는 게 아닐까?
내 큰 키와 목소리, 그리고 나만의 기질과 능력도 이유 없이 주어진 건 아닐 것이다. 세상에 울려야 할 목소리가 있고, 나눠야 할 무기가 있기에 이 모습으로 태어난 건 아닐까.


내 딸들도 마찬가지다. 각자만의 특별한 선물을 품고 이 세상에 왔을 것이다.
그 선물을 발견하고, 펼치고, 나누는 여정이 바로 ‘삶’ 아닐까 한다.


선아, 린아.
엄마는 바란단다. ‘어떤 직업을 가질까’보다 ‘어떤 선물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까’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의사가 되고 싶다는 너에게, 의사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의사가 되어 어떤 삶을 살아갈지가 진짜 목표라고 말해주고 싶구나.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귀한 선물을 품고 태어났다고 믿는다면, 그 선물을 어떻게 펼칠지 고민하며 살아가렴.


내 사랑하는 딸들아.
너희가 세상에 내려올 때 품고 온 그 반짝이는 선물,
그 선물을 따라 아낌없이 세상과 나누며 살아가기를
엄마는 진심으로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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